수안보 일기
2016 10 3 ~

 

다음날 들어오는 입구 칠판간판에 다음과 같이 써붙였다.

남성 1명만 근무중
구경료 일인당 2,000원
꼭 받으실 분만 올라오세요.

과연 올라올 사람이 있을까? 왠지 독한 마사지실 사장의 기가 서려있는듯하다. 딱히 다른 말로 대체하기가 그렇다. 내가 원치 않는것은 분명하게 표현해야 서로 오해가 없을 것이다.장사꾼이라고해서 간 쓸개 허파 다 내줄 필요는 없다.

푸켓에 갔을때였다. 캐나다인 톰은 어느 집이 잘하느냐고 호텔에 소개를 부탁했다. 주변사람이 한명 좋은데가 있다며 툭툭을 타고 나와 톰을 어느 마사지실로 데려갔다.


그 마사지실은 밖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다 볼수 있는 그런 마사지실이었다. 마치 해변에서 마사지 받듯이 그냥 노출된 형태였다. 사실 내가 원했던 마사지는 그런 마사지였다.

마사지사가 상황설명을 해주자 톰은 알겠다며 다음에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나는 딱 그집이 적격이라 판단했는데 그냥 가게 되자 뭐가 잘못됐다 싶었다. 톰을 설득하고 싶었지만 아차하는 순간 파토났다.

마사지는 그냥 물어보고 나오는것이 아닌 법이다. 그렇다고 누가 법으로 만든것도 아니지만 내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다. 가질 말던가.. 가면 일단 받아야 하는것이 마시지인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큰 실례를 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고 두고.. 톰을 그냥 보내고 나혼자라도 마사지를 받을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얼마나 열받겠는가 물어보고 그냥가면..도깨비 시장도 아니고..진짜 뭐가 않좋아서 어쩔 수 없다면 모를까..

톰은 나를 데리고 어떤 스파로 데려갔다. 그 동네에서 제일 있어보이는 으리으리한 스파였다. 받아보니 뭐 나쁜건 아니었지만 별다를건 없었다.

사실 톰을 욕할것은 없고 나도 한번 비슷한 일이있었다. 보라카이에서 해변에 누어있는데 어떤 할머니 한명이 돗자리를 들고 다가왔다.

"마사지? "

 

23

 

할머니한테 마사지를 받기가 좀 뭐해서 젊은사람 없냐고 물었더니 잠시후 힘세고 뚱뚱한 아줌마 한명이 와서 마사지를 해주었다. 여자 인물따져서 받겠다는 것이 아니고 할머니한테 받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마사지 실력은 무척 좋았다. 푸켓 스파에서 받은것 보다 훨씬 나았다. 그런데 마사지가 끝나고 돌아보니 할머니가 뒤에서 정말 안스럽게 쳐다보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섭섭했던 것이다.


할머니라고 차별당하고 젊은여자를 찾았으니 섭섭할만도 했겠다 싶다. 먼저 물어본 것이니 어쩔수 없다 생각했지만 지금생각하면..차라리 됐다고 거절하는 것이 옳았으리라 생각된다.


마사지실 아랫층 왼쪽에는 글로리아 제과점이 있다.  왠 이런곳에 빵집인지 그닥 공감이 안간다. 운영이 될까? 이름도 왜 글로리아인지... 너무 우아한거 아냐?


밖에 나가던중 마침 글로리아 이모를 만났다.

 

 


"저기..어떤 사람 두명이 남자하고 여자하고..아방떼 타고 와서 얼굴마사지를 받는다고 그러면서 내리더라고.... 그리고 들어갈려다가 여기 칠판간판 보고 그냥 가더라고..'에이..이거 받으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이러면서 가더라고..."

헉.. 구경료 2000원이란 말에 충격받고 입맛 떨어져서 갔나보다.

"쳇 냅두세요. 아으..얼마나 물어보고들 가는지.. 이천원 아까우면 올라오지 말아야지 뭐.. 얼마나 없이 살면 이천원을 아껴..아방떼는 무신..."

"그래서..내가 걱정되서..얘기를 해줄까 그러고 있었거든.."

"괜찮아요. 그래도 받을 넘들은 다 받게 되어있어요. 하여튼 벼라별 인간들이 다 올라왔다가니까..운영이 안되 운영이...여기 제과점은 그런사람없어요? 뭐 없겠죠? 와서 뭐 물어보고 휙 가는 사람.."

"왜 없어.. 만지작 만지작 하고 그냥 간다니까.."

"뭐여? 빵을 만지작 하고 그냥 가? 에라이...가만뒀어? 만지지 말라고 써놓고..만지면 확 내쫒아요 그런것들은...."

"아유.. 말도마..장사를 하면 그런거 다 빼고 해야되. 아이스크림도 냉장고 밖에서 고르면 되는데 문열고 들여다 본다니까..그리고 사지도 않고 그냥가고.."

이참에 알려줄 것이 있었다.

"손님들이 여기 마사지 어떠냐고 막 묻고 가지? 절대로 뭐 이야기 해주지 말고 모른다고 딱 잘러 이모도 귀찮을 뿐더러 나한테도 역효과나..""

"아니..뭐 그렇지 않아도 누가 물어보길래..그냥 모른다고 했지..내가 아는게 있어야지.."

 


역효과란 다음과 같다. 사람의 심리가 이상한것이어서 꼭 누가 좋다고 하면 그 집빼고 다른곳을 간다. 물어보지나 말것이지 물어보고 추천하면 다른곳을 가게 된다. 톰의 경우를 예로 들었던 바와 같다.


그래서 나는 손님이 오면 절대로 붙잡지 않는다. 추천 권유 안내 설명... 조까는 소리하지 말라그래.. 절대안한다. 물어보는것도 막을수는 없으니 묻는 말에만 짧게 단답형으로 대답한다.

손님..이건 이래서 이래서 좋은거고요. 이래서이래서 이런거예요. 일단 한번 해보시라니깐요.. 백날 삼단 논법 논문써봐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쩌구 저쩌구죠? "

"네.. "

"어쩌구 저쩌구.. 하나요?"

"아뇨."

"어쩌구 저쩌구 어쩌구 저쩌구죠?"

"네.."

"어쩌구x 10 인가요?"

"아뇨.."

"담에올게요. "

"네 가세요."

이렇게 네 아니오로 보내는게 짱이다. 안 살 놈년들이 꼭 물어본다. 이것도 귀찮으니 새로 생각해낸 방법이 구경료인 것이다.


오픈하고 딱 한달되는 날이다. 계산해보니 딱 백오십이다. 월세내고..생활비하고 전기세내고 하면 남는 것도 없겠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호텔에 있었을때도 재수없을땐 한달에 오십벌었다.

어쨌든 일단 성공이다. 호텔에 있었을때와 비슷한 수입..그러나 쥐덫에 같혀있는것 같던 호텔을 탈피했으니 목적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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