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 일기
2016 10 3 ~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건물 외벽페인트도 칠하시겠단다. 색깔을 보여주는데 와인색이다.

"사장님..이색깔은..옆 건물하고 비슷해서..건물이 살질 않잖아요
. 지금 색깔이 제일 난데.. 그냥 흰색으로 하시면될 거 같은데.."

"그래..그말도 일리가 있네.."

그래도 미대 졸업했다는 내 얘기가 솔깃하지 않을리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조금씩 변해가는 인테리어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부가 저으기 감탄해 마지 않는듯했다. 뭐 뻑적지근하게 사람 불러서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만지작 만지작 하는데 휙휙 변해가니 놀라울법도 했으리라 본다.

변신전

변신후


"미대라서 역시 다르군.."

"괜찮아요?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 잘하고 있어."

그래도 알아보는 정도면 보는 눈이 좀 있으신 분들이다. 좀 색다른 인테리어를 보고 영 탐탁치 않게 보는 싸구려 취향들도 많이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일수록 도배장판에는 목을 맨다.

"월세 한달을 깎지말고 도배장판을 해달라고 했어야지..그게 차라리 싸게 먹힌다니까. 월세 한달이라봐야 얼마야 사십오만원아냐.. 도배하는데 얼만데..이런..어유..답답해."

 아랫층 아줌마가 펄펄 뛰시며 꾸지람이시다. 살짝 오지랍에 갑질이 섞인 스타일이다. 훈계와 간섭이 느껴진다. 아직 오지랍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부산에 한번 갔다와야 할듯하다.

마치 자기새끼 보살피듯이 아낌없이 자상하게 퍼주는 부산스타일 오지랍하고 성질내고 생색내는 오지랍하고는 좀 다르다. 그래도 아예없는것 보다는 낫다싶다.

아랫층 아저씨는 전기들어올때까지만 노트북좀 쓰겠다니까 한사코 거절하신다.

"전기 들어올때까지..노트북 좀 쓰면 안되요?"

"어디서 쓴다는거야."

"아니 그냥..코드만 꽃으면 되요."

"그러니까..그걸 어디서 쓴다는거냐고.."

"코드있는데 아무데나 꽃아서 쓰면 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그걸 어디서 쓰냐니까.."
(목소리 점점 높아짐)

"컴컴해지면 할일이 없으니까..저녁에만..가게 손님 있으면 비켜
드리면 되죠."

"아니 근데 그걸 어디서 하냐니까.."

"아넹.. 알았어요 안쓰면 되죠.."

 

거절하는 방법도 참 세련됐다 싶다. 그냥 그건 안되 하면 될걸..사람헷갈리게 그런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니 참 충청도스럽다.


 

충청도 사람들이 부산보다 오지랍은 좀 떨어지지만 아무래도 좁은 동네 있다보니..서로 말은 주고 받는 편이다. 충청도 인심인지 아니면 단지 좁은 동네로서 수안보만의 특성인지는 모른다.

수안보에 오고나서 얼마안되서 수퍼마켓에 갔을 때였다.주인 아줌마가 볼때마다 화사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세번 정도 갔을때 말을 걸어주신다.구운김 세개를 계산하는데..

"김이 반찬으로는 딱이예요?"

"...."

당황해서 뭐라 대답을 못하고 그냥 나왔던것 같다. 서울에서는 수퍼마켓에서 직원과 거스름 돈 잘못 거슬러주었으면 모를까 대화가 오가는 법이 없다. 머리 털나고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 이건 분명히 나한테 작업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더군다나 여자가 남자한테 말을 거는 법은 없다.

그리고 두번 더 갔을때..

"손이 참 이쁘시다.ㅎㅎㅎ"

 

 

꼬리치는 것이 틀림없어..점점 그 수퍼 가기가 무서워 졌다. 그런데 수안보에서는 여자가 남자한테 흔하게 말을 건다.

하나로 마트에서 쓰레기 봉투를 연달아 세번을 사러갔다

"버릴게 많으신가봐요."

"아네.."

이젠 익숙해져서 그리 놀라지 않는다.

"어 근데 농협에서 본것 같은데.."

"네..여기서는 다 돌아가면서 일해요."

농협 은행원이 마트에서 카운터일도 한단다.

 

 


보름동안 매일 노가다니..부산의 깔끔했던 오피스텔이 그리워진다. 그냥 몸만 들어오면 됐었지 않은가. 생각보다 노후해 손이 안가는 곳이 없고 싱크대 수전 교체해보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기술자 다됐다.

마침...호텔에 두고온 공구가 생각난다. 전동 드라이버인데 부산으로 이사갈 때 그냥 버리고 갔다. 공구없이 해볼라 했지만 화장실 휴지걸이 밖으려면 꼭 필요하다. 주인눈치 채지 못하게..살짝 들어가서 꺼내가지고 오면 된다. 내 물건 내가 가져가는데 눈치볼 필요 없겠지만..그래도 한번 떠난 곳 들락거리기가 민망하다. 그리 친했던 사이도 아니고 서로 갑질과 방어질의 신경전에  어색한 사이였다. 너는 호텔 사장 나는 월세 꼬박꼬박 바쳐야하는 임차인.

"니가..나한테 월세는 낸다마는 내가 누구유.. 사장이유.. 맘에 안드는거 있으면 내보내면 되는 거유...."

뭐 이런거 아닐까?

우선 공구가 잔뜩 쌓여있는 비상구 계단 쪽을 뒤져보았지만 없다. 할수 없다. 마사지실을 노크하는 수 밖에.. 예상했던대로 마사지실은 아랫집 아줌마의 아들이 지키고 있었다.

 

 

내가 오기 전에 이 호텔 마사지실의 주인은 여러번 바뀌었다. 끽해야 삼사년 정도밖에 안된듯한 호텔인데 여러번 바뀌어 왔다는 것이다.그러다가 아랫집 아줌마가 혼자서 가게를 인수하고 직원을 한명 모집했다. 혼자서 해 보라고 하고 일을 맡겼단다.

수입 중 200만원 이하는 가지고 200 넘는 것만 달라고 했다고 한다.200이 한참 안된다며 200채워 달라고 해서 손해봤단다.그리고 다른 사람을 다시 불러 같이 일 했는데 이 양반이 주인하고 내통한 모양이다. 월세를 잘 안내자 말도 없이 이 양반하고 계약해 버렸단다.

냉혹한 동물의 왕국인 비즈니스세계는 이곳 충청도라고 해서 더 심하면 심했지 예외는 아닌듯 하다.

새로 인수한 남자가 몇달 못가서 장사가 안되었는지 매물로 내놓았다. 6개월이 지나서야 내가 그 광고를 보고 들어갔다.나는 1년 하면서 요금도 낮추고 포스터도 붙이고 신들린 듯한 손놀림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을 많이 늘렸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비가 새는 게 해결되지 않아 호텔을 나오게 된 것이다. 호텔에 입주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아랫집 아줌마가 날 찾아왔었다.

"여기 마사지실은요.. 누가 있어 주는 것 만해도 고마워해야 할 곳이예요. 사람구하기 어렵거든요."

그 말은 사실 맞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누굴 구해야 하나 망설이던 차였다.사주타로 합해서 만원이라는 포스터를 보신 모양이다. 만원을 주시길래 사주를 보니 아들이 멀리 떨어져 있다.

"떨어져 사는 자식이 있나요?"

저으기 놀래시는 듯하다. 어릴때 부터 떨어져 살아 엄마노릇하지 못해 애틋한 아들이 있다.

"사실..내가 부탁하려던 사람이 우리 아들이예요."

"한번 얼굴보죠."

그리고 며칠 후 아랫집 아줌마의 아들을 만났다. 좀 험하게 생긴 엄마와 달리 생각보다 인상좋고 미남형이다. 욕심난다. 혼자 심심하게 지내느니 서로 형님아우하면서 지내보고싶다. 그렇지만 이미 너무 많이 겪은 터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아 이제는 홀로 서고싶다.

"글세요. 제가 마사지를 할 수 있을까요?"

"한번 봐주세요. 선생님..마사지 잘할 수 있는 사주인지.."

나쁘지 않다. 낼 모레 오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결국 몸이 아프다며 오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다 재차 방문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결국 혼자 마사지를 하기로 결정해버렸다. 매일 타로를 펼친다. 내일은 손님이 얼마나 있을까..심심할 때 제격이다. 과연 혼자하는 것이 나을까 사람을 두고 하는 것이 나을까 수십번을 반복해서 뽑았지만 타로만으로는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

타로는 혼자하는 것이 나은 것으로 나오는 듯했지만 타로만 가지고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타로라는 것이 쉬운 듯하면서 종이쪼각하나에 운명을 맡기기엔 너무 미덥지 않은 면이 있다.어쨌든 결국 혼자하기로 마음먹었다.

호텔 사장도 나에게 아는 사람이 있으니 마사지 좀 가르쳐 달라 부탁해왔다. 사방에서 마사지 좀 가르쳐 달라는데 마사지가 무슨 구구단도 아니고 막 가르쳐주는 싸구려 기술이 아니다. 도데체 마사지를 뭘로 보고들 그러시는지..

옆집 총각은 나한테 마사지를 배우겠다면서 돈은 안내고 커튼 뒤에 숨어서 마사지 과정을 지켜 본다. 그거 고급정보 빼내는 거다. 다행이 애가 좀 둔해서 마사지를 잘 못한다.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만 간신히 하는 스타일이다.

왜들 그렇게 공짜에 목숨거는지 모르겠다. 돈내고 배우겠다면 되는거 아닌가. 돈내기는 죽어도 싫고..공짜는 죽어라 밝히니..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간단한 진실을 사람들은 모르는 듯하다. 서울보다 오히려 이곳은 특히 공짜욕심이 많은 듯하다. 손님들도 그렇다. 여기 손님들이 대개 이곳 사람들은 아니고 여행객일 테지만 유달리 가격에만 집착하는 손님들이 많다. 꼬장꼬장 물어보고 그냥 간다.

 호텔입주하고 얼마되지 않아 사장이 할말이 있다며 시간내서 얘기좀 하잔다.

 

 

"저하고 오래 같이 일했던 사람이예요. 사람 성실하고요."

"그냥 혼자해볼까 생각중이었거든요. 조금 일찍 말씀하셨으면 좋았을텐데..."

"아..그래요?"

"제가 전에 사람을 안써본게 아니거든요. 수십명 고용해서 썼었죠. 무료로 가르치고...근데 가르쳐 놓으면 그냥 가버리고 하니까..그럴수도 없고.. 그래서 돈받고 가르치려고요. 광고를 냈었어요. 그런데 이런게 왔더라고요. 카톡한번 보실래요?"

사장한테 엊그제 받은 카톡 메세지를 보여주었다.

 



"일하려고 합니다."

"카톡 사진 등록 후 연락주세요."

"전화통화는 지금 어려워서 이따 드릴게요^^배우면서 일하려고 하는데 바로 투입되요?"

"교육비 있습니다."

"얼마인데요?"

"백오십입니다."

"십오만원요?"

".... "

"백오십만원요? 구직자가 뭔돈이 있어요--ㅋ지금 차비도 없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거기 일하는데 아니죠? 백오십 내고 일하는 사람 없죠?"

"백오십은 한달내에 금방 회수됩니다.그런데 제가 일을 쉬려고 하니까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

"금방 회수된다는 건 빨리 돈내라고 재촉하신다는 거죠?"


사기꾼 눈엔 사기꾼만 보이는법. 여기 저기 맨날 사기나 치고 다니시는 분이 뻔하시다. 그러니 대출이나 받고 다니지..안봐도 싹이 훤하다.

사장은 카톡 내용을 보고 당황한듯했다. 교육비 백오십이라니 공짜 부탁하려다 타격을 입은듯했다.. 그럼 뭐 아무한테나 막 퍼주는건줄 알았나?

"사람들이 다 이렇다니까요. 가르치면 뭐하겠어요. 다 지생각만 하는데.. 그래서 제가 무료로 가르쳐 줄 수가 없는거예요."

그럴사람 아니라며 두둔한다. 한번 얼굴보지뭐.. 정말 괜찮으면..마음 바뀔수도 있다. 다음날 사장과 친하다는 그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성실하고 착하신건 맞아보이나 나이도 있고 마사지 할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 마사지 교육업체를 소개시켜주고 돌려보냈다 .보복인지..원래 그런것인지..세탁기 썼다고 타박이시다. 손빨래로 일년을 버텼다.

아니 이정도 규모의 호텔에서 그런것까지 따지고 들어야 하는지....오성급형 호텔이다. 하긴..추운데서 벌벌떨면서 이불덮어가며 사장이 직접 카운터 보는데 세탁기 좀 쓴 것이 속이 쓰리긴 하실 것이다. 뭐 첨부터 쓰지말라고 하던가....여하간 충청도 스럽다.

 

 

이야기 했던 바, 아랫집 아주머니의 아들은 무척 미남형이었다.머리는 벗겨져 가고 있었지만 인물에 비해 험하게 먹고 살았다. 깎지 않은 다이아모드처럼 느껴져 발굴해 키워주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 아주머니의 말도 일리는 있다. 당신도 분명 직원이 필요할테니 가르쳐서 일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안 받아도 그만인데 십만원만 내라 그래야 열심히 배운다. 그래서 그러기로 했는데 허리가 아프다며 오지 않았다. 돈 십만원이 아까웠던건 아닐것이라 믿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그 이후 타로를 열심히 뒤집어가며 고민한 끝에 그냥 혼자해야 겠다 결정했다.직원 구하는 것은 곧 정보유출과도 같다. 그 직원이 평생 일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마사지는 직원을 구할 수 없는 직종이다. 그러므로 혼자해야 한다. 누굴 가르친단 말인가.

텃밭에서 정성들여 가꾼 고추 호박을 들고 아랫집 아줌마가 다시 방문하였다. 망설이는 아들을 구워 삶았나보다. 낼모레 시간 된다니 한번 보지 않겠느냐고 하신다.

혼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거절해야 하기도 하지만 아랫집 아줌마의 아들을 받아들일수 없는 또다른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래집 아줌마의 사주속 癸계수인 아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만이 문제가 아니다. 불길에 싸여 위험에 처해있다. 아줌마의 사주에 있는 화기가 너무 강해서 아들이 견디질 못한다.

같이 있으면 아들이 위험하다. 만일 아들이 괜찮다면 아들이 아닌 다른 것에 이상이 생긴다. 계수는 아주머니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신장이기도 하다.

"방광 신장에 문제 있으시죠?"

맞단다. 그런적 있단다.

"아들하고 같이 있으면 아들이 아파요. 여기 오고나서 허리아프다잖아요. 아니면 아주머니가 아픈 사주예요. 같이 있으면 둘 중에 하나는 아파야 하니 떨어져 있어야 하는 사주라고요."

 아주머니는 실망한 마음을 급 누르며 말없이 돌아갔다. 그리고 포기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일년후...

내가 나가고 나서 아주머니가 다시 가게를 맡게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들이 올 것이라는 것은 들은 바 없었던것이고 다만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게 권고했건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서 결국 불러들일 것이리라. 직감은 빗나가지 않았고 아들은 마사지실에 있었다.

아들은 나를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공구는 결국 찾았다.

"차 한잔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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