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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에는 이미 1년간을 살았다. 그런데 수안보 일기는 쓰지 못했다. 이제
부산에 갔다왔고 부산일기를 마쳤으니 수안보 일기를 시작할 때이다. 수안보는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온천만을 위한 여행지다. 사방이 산과 밭으로 둘러 쌓여있으며 가까운 충주시내에서는 차로
30분정도의 거리 버스는 30분에 한대가 왕래하고 있다.
시내와 떨어져 있으니 마치 섬처럼 느껴지는 외딴 곳이다.
한바퀴 산책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코딱지 만한 동네라 일기가 있으려만은 그래도 짬짬이 써보고자 한다.
새로운
건물의 주인은 얼굴이 홀쭉하고 코가 살짝 높은 전형적인 허씨 집안의 얼굴이었다. 나는
둥글둥글하게 생겼지만 얼핏 안면 별로 없었던 삼촌이나 삼촌과 짜고 내돈 십억대 사기쳐먹은
배다른 형 얼굴과 비슷하게 생겼다.
"음... 한자까지 똑같군.."
내이름 한자를
확인하고 놀라는 눈치였지만 원래 참진자는 불용한자라 누를진자를 쓴 것이리라. 불용한자란
이름에서 괜히 쓰이지 않는 한자를 말한다.
건물주는 나와 동명이인 이었다. [현재 허일로
개명]

처음에 보름간 월세를 안받는것으로 했지만 안에 판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흥정끝에 보름을 더
얻어냈다.
"그건 안되고..(옆에 사모님)"
"요즘 경기가 않좋아서 강남같은데도 두세달씩
막빼줘요." "음...쓱쓱쓱(계약서 고침/허사장님)"
뭐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었던 소식이다. 두달이 아니라 1년 무료라는 곳이 여러군데라는.... 워낙 싸게
내놓으신것같아 더 빼달라는 건 염치가 없다싶다.
천에 45만원인데 뛰어다녀도 될듯 싶다.
부산 오피스텔 건물 옥상만한 넓이다. 사실 이 정도 궤적을 보고 맘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무실은 꽤 낡아보였지만 아주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간판이라던가 내부 수리를
하자면 목공소도 있어야 하고..컴프레셔나 전기톱도 필요한데 여긴 목공소도 없고..간판은
해준다고 하고 함흥차사고..공구대여를 여기까지 해줄리도 없고.... 그래서 포기했던것이다.
그런데 부산마사지실 인테리어 와중에 여기 마사지실 인테리어 까지 감이 잡혔다. 공구없이 해 볼 수
있겠다 싶다.
공구없이 어떻게 인테리어를 하냐고? 다 방법이
있지...내가 누구요. 잔머리의 천재가 아닌가.
허진양반과 그 옆에 찰떡처럼 붙어계시는 사모님은 내가 허씨라고 하니 은근히 반가워하며
놀라워하는 듯했고 나도 반갑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원래 집안식구들이 일생에 도움이 안 되었었기
때문에 같은 허씨끼리 좀 덕좀 볼까 싶은 생각은 일단 접었다.
팔자에 형제덕이 없어 까딱하다 또 당할까 우려되었고 도움은 됐고 뭐 또 사기나 쳐먹지
말았으면 좋겠다싶다.
도장 찍고나서 계약서를 건네받은 후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니 비샌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호텔 마사지실에서 비가새서 이사를 결정했는데 비 새는것도 확인 안하고 들어온 내가 한심하다.
전화로 허진양반에게 상황설명을 하자 다음날 추석이라 자식들에게서
선물 받은 듯한 자태고운 사과 한뭉치를 들고와 건네주며 내부를 둘러본다. 보일러 기사도 한명
대동했다. 옥상과 비새는곳
구석구석을 살펴보더니 지붕 공사를 하겠단다.사람을 불러다 견적 뽑고 어쩌고 하더니 지붕공사에
850을 달란다. 그리고 보일러 수리에 어쩌고 저쩌고 하니..보증금 받은 천만원이 다
날아갔단다. 어쨌든 비새는걸 막아준다니 천만 다행이다.
한시름 덜었다. 뺀질거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적극 보수에 나설 모양이다. 여하간 보일러
고칠때까지는 물을 못쓰니 밥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개와 우유한개로 삼시세끼를 때우고 ..여긴
밥값도 졸라 비싸요. 올갱이 몇개 집어넣고 7천원..손님이 뜸하니 그 정도 받아야 유지될듯
싶다.
이틀동안 쌓아놓은 판자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소각하는게 낫겠다 싶다. 불을
붙여보니 붙지 않고 금방 꺼진다. 휘발유를 사러 주유소에 들렀다.
"아유..안돼유..당장 쫒아와유..연기나면 안돼유.."
충청도에는 충청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어떡하지? 클났네.." "얼마나 되유?" "합판인데요 한
이만한거 열장 .." "걍 좀씩 태워봐유.." "안됀다매여.."
휘발유 안뿌리면 연기 안나니까 괜찮단다.
마사지실도 넓은데 베란다쪽 문을 열자 넓은 2층 마당이 펼쳐진다. 이층 마당에서 보이는 전망이
죽인다. 아래층에서 빨래도 널러 올라오는 곳인데 니구역 내구역없이 같이 쓰는 모양이다.
먼저 종이박스 안에 종이와 나무를 넣고 통째로 불을 붙이니 잘 탄다 휘발유 살 필요
없겠다. 한 서너짝 정도 태웠을까..
"가만...혹시 이 옥상이 아랫층 지붕인가?"
아무래도 불을 꺼야겠다 생각이 든다. 과열되면 콘크리트 속에
파묻어둔 전선이 녹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안돼겠어.. 아무래도 여기서 태우는건...그냥
마저태워? 별일 있을까? 끌까? 말까?
"탕 ~" 갑자기 총쏘는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불속에서 폭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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