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기

 

 

'앗 지진이다.'

 지진시 대피요령이 떠올랐다. 첫번째 책상밑으로 숨으라. 두번째, 지진이 멈추면 곧 밖으로 탈출하라 2차 여진이 더 크다.테이블 밑으로 숨었는데 곧 지진이 멈췄다. 돈가방은 챙겨야 했겠지만 목숨이 더 중한지라 맨몸으로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일층 벨을 누르는 여성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저기요..아까 동천 건너는데 다리가 흔들리더라고요. 부산에서는 원래 다리가 흔들리나보다 했었죠."

"다리 안흔들려예"

사실..부산 사람이라고 끝에 예자를 반드시 붙이지는 않는다. 대개는 그냥 요자로 끝나고 말투만 다를뿐이라고 보면된다. 그렇지만 부산말을 표현하기위해 일단 부산말은 예자로 끝나는걸로 표시할수밖에 없을 듯하다. 글이 억양까지 표현하지는 못하므로..

몇가지 부산용어를 살펴보자면 부산에서는 얼갈이를 단배추라고 한다. 그리고 정육점은 식육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식육점에서는 서울과 달리 고기내장을 팔지 않는다. 서울에서도 대개 팔지 않지만 재래시장으로 가면 고기내장을 쉽게 살수 있었는데 부산이 더 깔끔떠는 경향이 있는것은 확실한듯 하다.



바깥으로 나오니 지진을 피해 나온듯한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전화로 소식을 전하고 있는 듯하다.오피스텔 13층이니 조금만 지진이 나도 그 여파가 더 크리라 생각된다. 다른사람들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굼해져 누군가에게 말을 건넸다.


"지진 때문에 나오셨어요?"

....잠시 침묵

얼굴은 반질반질한 잘생긴 총각인데 옷도 말끔하게 입은것이 회사원같다. 눈을 내리깔고 쳐다보며 왜 말거느냐는 듯한 표정이다.

"...네."

"어느 건물에서 나오셨어요?"

"...조기"

"저기 어디요?"

"...조기 2층.."

딱 이층짜리 건물이었다.

"저기 고기집이요? 이층에서도 지진이나나?"

"고기먹다가 흔들려서 나왔어예"

더이상 못 뺀질거리겠다는듯 실토한다. 내참..부산에도이런 뺀질이가 있나싶다. 내가 서울말쓰는거 보고 좀 껄끄러웠던것 같다. 언제한번 서울놈한테 딘적있었는지..그래도 그렇지 국가재난 시점에 서로 정보교환해야지 서울사람 부산사람 가려야겠니?


한시간 가량 밖을 서성이다 다시 들어갔다. 흔들려도 어디 금간데 없는것이 신기하다. 콘크리트가 말랑말랑한것도 아닐것인데.. 한번 흔들리면 끝장아닌가? 그리고 이틀 지났을까..더이상 지진은 없었지만 속보는 계속 들려왔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그리고 다음날..밖에 나가보니 남은 현수막 네개를 깡그리 수거해갔다. 조수미인지 어느 콘서트장 공연 현수막을 설치하기 위해 불법 현수막 정비에 들어간듯했다. 이럴수가 ... 너무가혹하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지..신이시여...이제 나는 어찌하란 말입니까. 간판도 없는 오피스텔에 믿을 거라고는 현수막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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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공기청정기가 도착했지만 어째 더 공기가 안좋아지는 듯하고 기침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새집증후군인 것을 깨닳은 것이 바로 그때였다.

잠깐..언제나 시련은 전화위복이 되었었다. 더 나은 상황으로 몰기위한 시련이었던것이다. 만일 현수막이 철거되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여기 남으려 했을 것이다. 갈등하고 고민하다가 시기를 놓쳐 버렸을 것이다.


어차피 현수막이 계속 있었더라도 새집증후군때문에 더 있을만한 상황이 못된다면 빨리 현수막이 철거된 것이 쉽게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어준것이다. 한달 계약 만료 5일 전이었다.

다행히 계약은 일년계약이지만 보증금을 걸지 않았다. 한달 선불 내고 들어왔던 것이다. 주인이 분양계약서가 아직 안넘어왔다고 계약서 대신 확약서를 받고 입주했던것이다. 그러니 그냥 한달 채우고 떠나면 된다.

모든것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왜 한달짜리 입주를 했겠는가. 그리고 왜 한달만에 떠나야할 일이 발생하겠는가. 한달만 살아보게 하기 위해 누군가 나를 내려 보냈던것이다. 저기 높은곳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불보듯 훤히 보인다. 이러한 계시는 앞뒤를 맟춰보면 극명해 진다. 과연 무엇을 위해 나는 부산에서 한달을 살아야 했던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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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에서 부산으로 오기전에 수안보에 몇군데 봐둔 장소가 있었다. 사실 수안보에 계속 있으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하려면 목재소도 있어야 하고 공구도 있어야 하는데 수안보에서는 무리다.

충청도라서인지 뭐 좀 부탁하면 함흥차사다.

"사장님 비새요..."

"알았어유..."

그리고 일년 지났다. 간판몇개 달아야겠다고 간판집에 갔더니..'알았어유....'그리고 감감무소식이다. '팔부러져유...거봐유 부러졌잔유...' 이런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들이라는데 이사람들 믿고 있다가는 암것도 못하겠다 싶다. 사실 충청도 사람들이 순박하다는 것은 잘못 전달된 헛소문과 코스프레에 불과하다. 악아가 잠잠하다고 순박한가?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울 뺀질이 그리고 충청도 똥고집 뭐 이런정도로 하는게 나을듯.

뭐 아직 그때는 충청도에 대해 잘 몰랐을 때고 어쨌거나 깝깝한건 좀 있었던지라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부산이었던 것이다. 수안보로 다시 돌아오려면 먼저 집부터 계약해야 하는데 다행히 먼저 봐둔 집에 전화번호가 저장되어있었다. 전화 걸어보니 가게는 아직 비워져 있었고 유효했다. 계약금으로 십만원 전송하겠다고 하니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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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만원 입금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가만..떠날때는 부동산에 말을 하는것이 예의지..아냐..괜히 말했다가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코꿸 것 같은 예감이..


에이 뭐 어쩌겠어. 보증금도 없는데 나가면 그만이지. 쥐새끼처럼 굴지말고 당당하게 밝히자. 부동산과 주인에게 문자 발송.

'새집증후군으로 천식재발했습니다. 방 빼겠습니다.'

잠시후 주인에게 전화가 옴. 언성높힘.

"복비 이십만원은 내고 가야지. "

"사장님.. 한달 계약인데 복비를 내야 하나요? "

"무슨 한달 계약이예요. 일년 계약한 거예요."

"그거야 사장님 정식 계약을 이야기 하는것이지 이건 보증금도 안받은 거잖아요. "

"어쨌든 일년계약이잖아요. "

"아니..보증금도 안걸었는데 그냥 나가면 그만 아닌가요?"

"이사 못가게 할거라구요. "

"네? "

"내가 이사를 못가게 한다니까요. "

"잠깐만요. 부동산에 전화좀 해보고요."

이사를 못가게 한다는 말이 무슨뜻일까? 부동산A 에서는 일년계약이니 복비를 내가 내는것이 맞단다. 서로 협의해서 좀 깎아달라고 해보란다. 이사 못가게 한다는 말이 무슨말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무슨 그런게 있겠어? 주인에게 다시 전화했다.


"좀 깍아주시면 안되나요? "

"안돼요. "

"알았어요. 낼게요."

그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이번에는 부동산 B 에서 전화가 왔다. 부동산 A는 처음 찾아갔던 곳이고 부동산B는 오피스텔 1층에 있는 곳으로 부동산 A가 나를 데리고 갔던 곳인데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이인듯 했다.


부동산 B 에서 하는말이 복비는 물론이고 퇴거 후에 관리비와 월세를 사람들어올 때까지 내가 부담해야 된단다.

"엥? 그럼 못나가죠. 그냥 있을게요."

수안보 건물주인한테 전화를 걸었다 일이 꼬여서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다. 십만원은 그냥 받아두시라. 사정이야기를 듣더니 그건 말도 안되는 사기꾼 계약이라며 날 꼬드긴다. 듣고보니 이거..뭐 알고 하는 말씀인지는 모르지만 이쪽 부산부동산도 뭐 딱히 맞는것은 아닌듯싶다.


지들은 지들 편리한대로 할 뿐이고 거기 휩쓸릴 필요는 없다. 문제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나는 당장 나가야 할상황이니 떠나고 보자.


강남 오피스텔

십년전...강남 선릉역의 오피스텔을 계약하고 3개월 만에 방뺀적이 있었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이사를 마치고 새집으로 입주를 완료했을때였다.


포장이사짐 센터에 맡기고 나는 이사장소에 없었다. 그런데 이사가 끝나고 선릉 오피스텔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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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선릉역 오피스텔 부동산엔 사장대신 밥심부름이나 하는 듯한 사장 동생이 있었고 뭔가 상황파악을 잘 못하는 친구였던것 같다.

"여기좀 와보세요. 어떻게 해놓고 갔나 엉망이예요. 지금 이사를 못들어오고 있잖아요. 청소비 오만원 내놓으랍니다."

"아니..그래요? 포장이사 맡겼는데 저는 현장에 없었거든요. 오만원은 좀 뭐하고..삼만원만 드리면 안될까요?"

"알았어요."

잠시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럴리가 없다. 괜히 돈뜯길 필요 있겠는가.

"저기요..제가 한번 가서 확인해보고 드리겠습니다."

한 정거장 정도 걸어서 선릉역 부동산에 가보니 새로 입주할 미혼인 듯한 여성이 앉아있었다. 계약할때 한번 본 여자였다.

"한번 올라가 보세요."

자기 딸이 죽었어도 그렇게 근심하지는 못할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도도하게 내뱉었다.


"청소비 오만원은 받아야 되요. "


오피스텔로 올라가보니 그 여성의 남 동생인지 남자친구인지 젊은 총각하나가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 오피스텔 안은 텅텅 비었고 말짱했다.

"아니..뭐 어디가 어떻다는거죠?"

"저거 보세요. 저거..벽에 얼룩진거.."

별로 티도 안나는 얼룩이 있기는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만큼 쓸어냈어요. 그리고..냉장고좀 열어보세요."

아니..짐만 빼줬으면 됐지 청소까지 해줘야 되나 나원참.. 비자루질 몇번했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좀 심하기는 했다. 음식 자국이 잔뜩 끼어 있었다.

어쨌거나 청소는 들어온 사람이 할일이니 내 알바 아니다. 그렇지만 음식 자국을 보니 나도 민망하기는 하고..좀 불평들을 하시니 온김에 닦아주고 가야 겠다 싶어 플라스틱 선반을 꺼냈다.

"닦으면 될거 아네요."

빌트인 냉장고는 딱 보통 냉장고 반토막 만했다.당시에 나는 몸이 안좋아 꼼싹 달싹 하지 못하고 하루 한끼만 먹고 있었다. 걷는것도 힘들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코딱지 만한 냉장고 닦는것도 힘에 부쳤다.


그와중에 총각의 불평과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여기가 어떻다느니 저기가 어떻다느니..나는 닦던 냉장고 선반을 내팽개치고 돈 오만원을 꺼내 싱크대 위에 집어던졌다.

"이까짓거 닦는데 무슨 오만원씩이나 달라그래."

총각은 그래도 오만원 받은게 기뻤는지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부동산에 들러 오만원을 동생에게 전달했음을 알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별일 아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계속 그때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되살아난다.내가 왜 거기까지 끌려가서 욕먹고 잔소리 듣고 돈까지 뜯겨야 했는지.. 내책임이 아닌것이 분명하다.

계약 끝나면 그 다음에는 버스떠난것이다. 질질 맬 이유가 하나도 없다. 청소는 들어오는 사람이 하는것이 당연한것이다. 부동산에서는 왜 나한테 책임을 전가했을까? 단지 새입주자의 불평을 간단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모든 법적 계약이라는 것은 항상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조금이라도 빌미를 주면 코꿰게 되어있는것이고 절대 버스떠난뒤에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부산에서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려 하고 있다. 계약은 일년이지만 보증금은 걸지 않았고 한달치 월세만 내고 들어왔다. 무슨 의미인가. 바꿔 말하면 한달 계약이되 일년을 보증해 준다는 계약인것이다. 그러니 한달 살고 떠나도 할 말이 없는것이다.


그런데 내가 나간다니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자기 편리한대로 주장을 하고 있는것이다. 사실은 나가면 그만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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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 수옥살이라고도 하는 십이운성의 태지는 수태할때의 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자가 여성의 몸속에 착상하여 생명이 최초로 태동될때의 상태를 이야기 한다.  그러므로 이 때는 같히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감옥이나 병원 또는 납취 감금등 꼼짝 달삭 못하는 모든 상황을 지칭하게 되는데 의처증 남편을 만나 꼼작달싹 못하고 집에 같혀 수퍼마켓 한번 맘편히 가지 못하는 여성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그 태지가 나에게 임한지 벌써 십년째다 병원만 두번 실려갔었다. 직장을 구했는데 전화통역 업무. 점심시간도 주지 않아 도시락을 싸고 다녔다. 화장실 갈 때도 전화를 휴대폰으로 착신 시켜 돌려놓고 귀에 이어폰을 끼고 가야 하는데 하루 8시간을 꼼싹 달싹 하지 않고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군불지진듯 뜨끈뜨끈해진다.

화물택배에 전화를 하니 추석때까지 쉰단다. 이삿짐 센터도 마찬가지다. 추석 지나면 늦는다. 다행히 한군데 추석날도 영업하는 곳을 찾았다.

새벽 5시에 오라고 했는데 더 일찍오면 안되냔다. 4시까지 오라고 하고 차는 밖에 세워두시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전했다. 주인이 이사못가게 한다는 말이 자꾸 걸린다. 도데체 어떻게 이사를 못가게 한다는 것일까?

이사갈때 나타나서 몸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엘리베이터를 중지시킨다면...마치 감금 협박 당하고 있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불안과 초조가 심하게 밀려온다.


나도 할말은 있다. 새집증후군이 비새는 것 처럼 법적으로 이사갈 권리로 작용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집에 하자가 있는것은 맞다. 새집 증후군 문제 나온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따위로 집을 짓는단 말인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근처 내과를 찾아갔다.

이리저리 청진기를 대본다.

"천식은 아닌것 같고예.."

"계속 기침나고요..하도 기침해서 기관지가 뜨거워요 지금.."

"만성 기관지염에..천식의증..이렇게 써드릴게예"

"만성이라면 전에 부터 있었던것으로 생각할테니 급성이라고 해주시고요. 천식의증이라면 좀 그렇고 확실하게 천식이라고 써주면 안되나요?"

"그게예..확실히 검사를 해봐야 할낀데예.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하는거고예. .."

"엑스레이 찍으면 천식 아니라고 나올수도 있죠."

"맞아예. 그라믄 이렇게 써드릴게예."

만성인지 급성인지 의심되는 기관지염과 천식 의증으로 고통을 호소함.

그래도 부산인지라 세심한데 신경써주시는 센스에 놀랍다. 서울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뭐 어쩌라고요"... "아예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되었으것이 뻔하다.


15일날 가려던 이사를 하루 일찍 당겨버렸다. 조바심에 더 지체할 수 없다. 그리고 내일은 부곡하와이나 갔다올까보다.부산 온김에 어떻게 생겼는지 가봐야지.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온다. 버스 한시간 거리라는데 원래 버스타기도 싫어하고 비온핑계로 부곡하와이는 포기하자. 대신 마사지나 받으러 가야겠다.


18년간 마사지를 하면서 한번도 다른 사람한테 마사지를 받아본적이 없다. 직원들 교육시킬때 내가 가르친 직원들에게 받아본 적은 있고 태국하고 필리핀 여행가서 몇번 받아봤지 국내에서는 왠지 꺼려져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언젠가 티비에서 대박 식당 사장님의 장사 비법이 소개된적이 있었는데 끊임없이 다른 식당을 방문하고 음식을 먹어보며 벤치마킹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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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쪽 말고..범일역 쪽을 지나가다 보니 유독 그곳에 마사지가 집중되어있는듯 했다. 서면이나 범일이나 뭐 그동네가 다 그동네다. 그리 멀지 않다. 파리에 가면 좀 걷다보면 지하철 나오듯이 딱 그정도 걷다보면 지하철이 눈에 띈다.

 


그런데 서면쪽이 더 번화했지만 마사지는 이쪽이 더 많은 듯해 보인다. 무슨 황제 마사지 타이마사지..천궁 마사지.. 중국마사지.. 뭐 이런것들이 우후죽순으로 서울에도 쏟아져 나오는데 퇴폐사라진지 오래라서 그건 아닐것 같고..한번 가보기는 가봐야 할텐데 하고 벼르고 있었다.

 3만원이라고 풍선간판에 씌여져 있는것을 발견하고 제일 만만해보여 들어가보았다. 사람이 없다. 테이블에는 메뉴판과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전화해보니 받지 않는다 메뉴판 가격을 보니 3만원짜리는 30분이다. 뭐 그만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니 받아보기로 하고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포기하고 밖으로 나와 다른 곳을 찾았다.

안내 데스크에 키가 나만큼 큰 늘씬한 미녀가 한명 나를 반겼다. 한 삼십대 중반쯤..되어보이고 산드라 블록을 연상시키는 얼굴..연예인 해도 될것 같다.

"아로마는 얼마예요?"

메뉴판을 보여주는데 기본이 5만원이고 아로마 마사지는 6만원서 부터 있다. 6만원짜리는 상반신만 오일을 바른단다. 서울말씨를 쓰는걸 보니 부산여자는 아닌듯 싶었다. 어쩌면..서울말 잘쓰는 부산 여자일수도 있다. 서울에는 저만한 미녀를 찾기 쉽지 않다.

"딱 오만원 있는데...스포츠 마사지로 받아야겠네.."

"그냥 이걸로 해드릴게요."

오만원 받고 6만원짜리를 해주겠단다.

"근데 옆에 삼만원짜리는 뭐예요? 거기 들어갔다가 사람없어서 그냥 나왔는데.."

"아 거기요? 주간에만 삼만원이예요. 몇시까지더라.."

"아..."

나도 잔머리는 어느정도 갖춘지라 다른 사람들의 잔머리가 훤히 보이는 편이다. 짐작 가는 바가 있다. 삼만원 써놓고 사람 끌어들이고..낮에만 삼만원이라면서 비싼거 하게 하는것이다. 그러니 낮에는 도망가야지..


슬리퍼로 갈아신은 후 마사지실로 들어갔더니 역시 키는 나랑 똑같이 큰 다른 여자가 입실했다. 생긴건 뭐 아주 이쁜건 아니지만 그냥 젊고 봐줄만 했다.

바지 하나를 주고 입으라고 한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일회용 팬티인가보다. 일회용은 아닌듯한데...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뭐 이럴줄 알았는데 그냥 바지였다. 그것도 엄청 두꺼웠다.엎어지라고 해서 고개를 구멍속에 처박고 엎드렸고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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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뭐이리 아퍼 씨..)

손가락은 가늘어서 폭폭 찌르니 아플수밖에 ..

"앞하여?"

말투를 보니 한국인은 아닌데 중국인인지 몽골인같기도 하고..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도 마사지를 하는 사람이라 마사지중의 잡담은 절대 금물이라는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터.. 입 꽉 처닫고 가만히 엎어져 있었는데


'까톡 ~'

문득 돌아보니 마사지사가 한손으로 마사지를 하면서 한손으로 카톡질을 하는것이 아닌가.

잠깐 확인만 한것인지 카톡질을 한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그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눈치를 깐 것인지 휴대폰을 밀어놓고 마사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뭐 그닥 솜씨가 형편없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돈받을 정도는 됐다. 그냥 하는 척 하는거 아닌가 했는데 어디서 배우긴 배워온 모양이다. 이모양 저모양으로 나름 열심히 하기는 한다.


마사지가 끝나갈 무렵 앞으로 누우라고 하더니 상반신에 오일을 쓱쓱 몇번 바르고 아로마 끝났단다.뭐 이런.. 야..나는 아로마면 스포츠 마사지 5분하고 나머지는 아로마로 하거든..어째 반대로 하니? 거기다 등은 놔두고 왜 앞에만..


끝났다길래 시간을 보니 딱 50분.. 6만원짜리 5만원에 깎아준다더니 기어코 십분 잘라먹는구나. 제법 비싸보이는 헛개수 음료하나를 건넨다. 인스탄트하고 담싼 내가 처먹을리 없지. 사양하시고..

"중국인이세요?"

"넹.."  방긋..


그래도 진상고객 안만나서 마사지가 즐거웠는지 미소를 건넨다. 그냥 저냥 받을만 하긴 했던것 같다. 벤치마킹 성공이다. 혹시나 나보다 더 잘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닌것 같으니 안심이다.

 
입구에서 나를 맞았던 산드라 블록은 나갈때는 없었고 왠 인상 험악하게 생긴 남자 두명이 앉아있었다. 중국인 같다. 혹시나 내가 진상부릴까봐 밖에서 쉴드치고 있었나보다. 산드라 블록은 서울말을 썼는데 말하자면 얼굴마담인 셈이다. 마사지를 받고 나니 얼굴마담이라는 말의 뜻을 알것같다. 안내해주는 여자가 기가막힌 미녀이니 마사지사도 그런줄 알고 냉큼 받으라고 얼굴만 보고 뽑아놓은 것이다.

얼굴마담 고용하랴 보디가드 고용하랴 돈 십만원 받아도 남는게 없겠다 싶다. 진상고객이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되니 씁슬해진다.

그날 저녁하고 다음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마사지사한테 내몸의 기를 빨린 것이다. 등쪽으로 부터 담이 잔뜩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사지를 잘못받으면 피로가 풀리기는 커녕 피로를 쌓고 온다. 혹떼려다 혹붙이는 셈이다.

대개 마사지사들이 밤에 일한다. 밤에 마사지를 제대로 할수 있겠는가? 제대로 한다쳐도 피로가 가중될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피로가 잔뜩 싸인채로 마사지를 하게 되면 손님의 에너지가 마사지사에게로 빨려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10시까지로 마사지를 제한하고 있는 이유이다. 손님은 청개구리다. 꼭 나쁜 것만 골라찾는다. 마사지는 낮에 받아야 하며 힘센 남자가 하는 것이 여자보다 나을것이며 여러명 직원 쓰면 주인이 직접하는 것에 비할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꼭 밤에 마사지 받고 꼭 여자찾고 꼭 몰려다니면서 마사지사 명명이냐고 물어보고 혼자한다면 죽어도 안 받으려고 한다. 나도 더 나이먹으면 해주고 싶어도 못할것이다. 해줄 때 받을 것이지 주는 떡도 못받아먹는 거보면 답답하다.

  설득해도 소용없으니 말을 하지 않는다. 애들도 원래 몸에 좋은건 안하는 법이니 어른이 되도 나쁜것만 골라하는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니 거미줄에 걸리는 파리같다고나 할까.  그래야 거미도 먹고살지..뭐 어쩌겠어. 


다음날은 부산에 사는 페친 한분을 만나게 되었다. 언제나 얼짱각도로 비주얼 덩어리를 선보이시며 한번셀카에 수백명의 남성들이 좋아요와 답글세레를 퍼붓고 계신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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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보다 왼쪽이 심하게 잘생긴 왼쪽 사진발에 속아 한번 식사를 쏘겠다하셨다 . 돼지국밥 쏘신다길래 진짜 돼지국밥 사시는 줄 알았더니 만 이천원짜리 육회비빔밥을 주문하신다...

"아무거나 잘 안드시잖아예 . 이거 괜찮아예? "

"네.."

"옆에 횟집이 있어서예 거기로 갈까 했었어예 근데 요즘 콜레라가 좀 심하다해가꼬예."

"아네.."

밥나오는 동안 잠시 담소를 나눈후...

"어저께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요..벤치마킹 하러요."

벤치마킹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혹시 퇴폐 아닌가 했는데 그런건 아닌것 같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낮빛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모닥불 꺼지듯이 서서히 얼굴빛을 회복할때 책한권을 꺼냈다.

"이삿짐 줄이려고 하나 가져왔어요."

마음에 드시는지 둬적여보신다.

"어머..이런책 좋아하거든예"

식사를 마치고 ..커피는 내가 쏘기로 했으니 근처 커피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타벅스류의 그런 원두커피숍이지만 프렌차이즈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인듯 하다.그녀가 즐겨 마신다는 8천원짜리 레모네이드 두잔을..

 



"첨 먹어보는데 맛있네요. 레몬이 씹히는데 쫄깃쫄깃하고.."

건더기 올라오라고 빨대가 대포만한 것이었다.모양나게 먹느라 좀 당황했지만 그보다 다좋은데 스타벅스이후로 한국의 원두커피 전문점들은 설탕으로 혈당올리기 경쟁을 하고 있는듯하다.

"맛은 있는데 너무 다네요. 설탕을 무지하게 넣었나 보다. 배가 확 부르네..더 못먹겠다.아오.."

잠깐 내가 지금 무슨짓을 한거야...돼지국밥 먹으면서 궁시렁 대던 서울사람들 욕을 바가지로 해놓고 갱상도 주인아줌마가 옆에서 귀를 바짝 세우고 듣고 있고만..



"새집증후군이라고예? 베이킹이라고 해서..이틀동안 보일러 최대로 틀어놓으면 없어진다고 하던데예.."

"그래요? 음...그런 방법이 있었나?"

분명 나도 아는 이야긴데 왜 그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짐은 다 싸놨고..이사는 불렀고.. 페친님을 하루라도 일찍 만났다면 또 이사는 못갈뻔했다 모든것이 나를 여기서 내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한편으로는 삼년 되었다는 오피스텔이 겨울 두번 보냈을텐데 베이킹한다고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제 얼굴이..오른쪽 하고 왼쪽이 너무 틀리지 않나요?"

"글세예. 잘 모르겠는데예.. 좀 그런것 같기도 하고예..한쪽으로만 너무 씹으신거 아닌가예? 그보다..얼굴이 좀 작으시네예 좀 마르셨고..전 사진으로 볼때는 체격이 크신줄 알았어예."

감금협박에 며칠동안 탈출작전 세우느라 입맛을 잃어 끼니를 걸렀더니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커피숍을 나와 그녀는 몰고왔던 차를 타고 집으로 가셨고 나는 거리를 잠시 배회하다 마지막 행선지를 정했다. 그래 자갈치 시장을 한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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