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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한테서 사주를 본적은 거의 없다. 몇번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별
신통한것도 없고..사주는 내가 공부해서 내가 봐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도 남들이 봐주는
사주가 가끔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심심하던차에 시간도 때우고 잘됐다 싶었다. 30분을
기다린 후 내 차례가 왔다. "사주관상 손금..세개만 봐주세요."
골판지에 쓴 메뉴판을
꺼내든다. 엎어논 박스에 있는것과 다른 가격으로 오천원이라 써있다. 아니.. 그럼 박스에
5천원이라 써놓을것이지 대놓고 사기를 치나? 몽땅 봐준다는데 오천원이라도 볼라고 했구만..돈
오천원 정도는 비싼 것이 아니지만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사기를 치면 안되지.. 말투를 보니
부산사람은 아니었다. 서울이나 경기사람 같았다. 기분 잡쳤지만 어쨌거나 돈 이천원
더받는다고 일어설수도 없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자 감정에 들어간다. 생년월일을 묻더니
종이에 적는다. 잘 못 들었는지 시는 적지도 않았다.
"아침 8시요."
사주에서 시가
빠지면 앙꼬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재차 불러주자 그제서야 적는데 관심 밖인듯하다.
만세력을 뒤져보는데 어째 뒤져보는 폼이 너무 익었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무슨 달수 계산하듯이
마구 짚어 본다. 아무리 28년 경력이 아니라 60년 경력이라고 해도 그렇게 쉽게
만세력을 뒤집거나 손가락을 휘까닥 짚어내지는 못한다. 모르는 사람은 진짜인줄 알겠지.. 근데
내가 누구인가 알만큼 아는 사람이니 훤히 보이는것이다.볼줄도 모르면서 있어보이라고 만세력
뒤지고 손가락 헤짚고 하는 것이다.
"크게 벌지는
못했어도 돈은 꾸준히 벌어 그런데 요즘은 좀 않좋아."
뭐 크게 벌지못해도 꾸준히 벌지
않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그래. 그리고 요즘 좀 안좋으니 사주 보러다니지. 팔자좋아봐 누가
종이박스 앞에 앉겠나. "네."
일단 맞다고 해주었다.
"책임자지? 사장이거나
책임자야..어떤일 하셨어?"
"마사지요."
"그러니까 직접하는거야 ? 사장인거지?"
"네.
뭐 그런셈이죠."
생긴거 보면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게 생겼으니 책임자라고 하지..노가다
하게 생겼어봐 그런말 하겠나.
"몸에 상처있지?"
"네."
몸에 상처하나 없는 사람도
있나? 뒷통수에 하나 있는데 이것도 몸이라고 해야하나말아야 하나..
"돈을 벌어도 새는
구멍이 많아 부동산에 투자해야되."
"돈벌어도 새는 구멍 없는 사람도 있니?
"역마살이
있어서 많이 돌아다녀.."
서울말 쓰는데 부산에 있으니 역마살 있다고 하겠지..근데 내
사주에 역마살이 없어요. 그렇게
3분만에 사주 관상 손금 세개가 한번에 모두 끝이났다. 사이빈걸 눈치채고 이것저것 묻지
않아서인지 다른사람은 좀 오래하는듯했는데 나는 후딱 끝났다.
대개 그렇듯이 내가 사주보는
방법하고는 다르다. 나는 다른사람들의 사주를 볼때 일단 만세력을 보여준다.그리고 당신의 사주가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이런이런 일이 있었으며 앞으로 이렇게 된다고 설명해준다.
손금을
볼때도 당신은 감정선이 이렇게 되어있으니 성격이 어떻고 운명선이 이렇게 되어있으니 어떻다는
등으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한다.그런데 이 아줌마는 아무런 원인 설명도 없이 그냥
그렇다고 하니..이게 사기를 치는건지 진짠지 알수가 없다. 그렇게 3분하고 몽땅 다했다며
오천원 받아먹으니 싼게 아니라 딱 오천원짜리 사주였다.
딱히 틀린말 한건 아니지만 그냥
통밥 사주고 오랜세월 사기쳐먹으면서 쌓아올린 노하우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이 사주보고
왔다는 것의 대부분이 이러한 사주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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