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기

 

 

오피스텔의 외관은 화려하고 쌈박했다. 그곳의 1층엘리베이터 옆에 한 사무실을 보여주었다. 코딱지 만하지만 베드 두개를 놓기에는 문제가 없어보였다.샤워실은 없지만 이동형 샤워실을 하나 설치해도 된다.


"뭐 갠찬네요.. 여기로 할게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환풍기가 없어 밥해먹기는 어려워 보였다.그러자 이번에는 9층의 오피스텔을 보여주었는데 크기는 비슷해보이지만 샤워실및 세탁기 냉장고 에어콘등 모든 것들이 빌트인 되어 있어서 더 쓸만해보인다.


십년전...강남쪽의 빌트인된 오피스텔에 안살아 본건 아니지만 그때는 에어콘이 벽걸이 노출형이었는데 여기는 에어콘도 천장형으로 매립되어있다.심지어 화장실 휴지걸이도 매립되어있다.

오피스텔도 많이 진화한듯 하다. 게다가 건물 구조가 무척 특이하다. 가운데를 엄청 비워놓고 건물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일부 햇빝을 덜 받아 누렇게 죽은 나무들이 있어 시행착오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시도가 가상하다. 그안을 메꿔놓고 방을 더 지었어도 될만해 보인다. 손해 감수하고 지은듯하다.



무엇보다도 맘에 드는건 넓은 창문과 시원한 전망...을지로의 오피스텔은 창문이 여기와 비슷했다. 강남의 오피스텔은 창문이 있기는 있었던것 같았는데 앞건물에 바로 막혔다.


수안보에서는 창문이 책상 설합 늘어놓은것 만했는데 얼마나 답답했는지 일년 살고나니 창문의 중요성을 절실히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조금..나는 폐쇄 공포증이 있다.


뭐 더 둘러볼 시간도 없이 촉박하다. 일주일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사실 상가를 구할수 없다면 결론은 오피스텔 밖에 해답이 없다.상가는 간판을 달수 있어 좋지만 왠만한 곳은 월세 백만원이 넘어간다.


백만원에 간판을 달것이냐 그리고 여기고치고 저기고치고 세탁기 냉장고 들여놓을것이냐. 오십만원에 모든것이 비치된 오피스텔을 선택할 것이냐.. 간판단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려들거라는 보장도 없다. 까딱 잘못하면 한방에 훅간다.

월세 오십만원도 한방에 훅가기는 마찬가지다. 손님없으면 오십에 생활비 오십..한달에 백만원씩 지출하면 일년 뒤에는 개털되서 쫒겨나리라..계약을 결정하고 부동산으로 돌아왔다. 주인과 연락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연락이 닿지 않아 두시간째 부동산에서 주인의 연락을 기다리며 부동산 사장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17

 

저녁 7시가 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근처에 자고 갈만한 사우를 물으니 해운대나 서면쪽을 알려준다. 인터넷 검색도 해본다.좀 다르다. 서울사람하고..예견했던 일이다. 마치 남의 일을 자기일처럼 세심하게 신경쓰는 부분들..부부가 똑같다.

이정도 오지랍 레벨은 한 8.5 정도되는 내 오지랍 레벨하고 상당히 비슷한 수치인데 나는 서울에서 살다보니 내가 잘못된 건지 알았다. 그래서 항상 오지랍을 줄이려 애쓰고 살았다. 그런데 ...직감이 꽃힌다. 첫대면한 부동산 부부의 오지랍.. 결국 부산사람이 모두 이 정도 된다는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금융센터 부근에도 사우나가 있기는 있었다. 그런데 가보니까 겉만 멀쩡하지 완전 날림이었던것이다. 그래서 모르는척 하고 다른곳으로 추천을 한 모양이다.


해운대로 향하여 바닷가 모래도 좀 밟아보고..해운대거리를 걸으니..서울이 시골처럼 느껴질 정도로 번화한 모습이다. 안가봤지만 헐리우드에 가도 이정도는 아닐것이리라. 재래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십년전 그곳이 맞는듯하다. 10년전에 이 재래시장은 정말 재래시장이었다.

바닥은 흙바닥이었고 떡복이 이천원어치를 먹고 리어카에서 서울보다 확실히 더 많이 준 자두 3천원어치를 푸짐하게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바로 서울행..다른 기억은 없다. 지금 리어카는 사라졌고 거리는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


뭘 먹을까...젤 만만해 보이는게 돼지국밥집..싸고 안먹어봤고..뭔가 부산만의 음식인듯한...찌는듯한 더위에 에어콘이 있으나 마나 무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6평이나 될까 좁은 식당안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꽉차있었다.


"뭘로 드릴까예."


"돼지국밥 하나주세요."

왼쪽에는 홍콩사람들이었고 바로 앞에는 서울사람인듯 해 보인다. 철이 철인지라 해운대에는 서울말쓰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날도 더운데 왠 소주들을 그리 퍼마시고 있는지..


돼지국밥은 서울의 순대국하고 다를것은 없고..단지 순대 대신 얇게 썬 돼지고기가 들어갔다는 것이 다르다.서울사람들과 주인집 아들인듯한 갱상도 총각의 대화가 오간다.


"뭘 먹었는지 모르겠네.. 맛도 그렇고..그냥 밍밍해가지고.."

아니..저것들이...식당운영을 해보지 않은게 아니라서 내가 저런 놈년들의 유전자를 잘 알고 있지.. 초딩입맛주제에 맛평가 작렬하면서 돈 만원 내고 갑질하는 놈년들.. 국밥이 다 그렇지 뭐 대단한거 있을 줄 알았어?

안당해본 것이 아니지만 타지에 와서까지 서울사람 개망신을 시킬일이 뭐람..진짜..밉상은 전국 방방 곳곳에 안돌아다니는 곳이 없구만..귀신은 모하나 몰라 저런것들 안잡아가고..


"저희식당이예 삼십년 됐심더..와 홍콩사람들까지 찾아와 먹겠심니꺼.."

그렇다고 뭐 홍콩사람이 일부러 찾아와 먹을만한 정도는 아닌데 오버한다싶다.

18

 

국밥집을 나와 해운대의 24시 찜질방으로 향했다. 온천이란다. 해운대는 바닷가인데 바닷가에도 온천이 있나? 온천은 무슨 산속에나 있는줄 알았지.. 진짜 겁나게 크다. 일이층으로 되어있고 남탕만 수영장 만하다.


엘리베이터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붙어있다.

'몸에 위화감을 주는 문신을 새긴자는 입장을 금지하며 이를 발견한 사람은 즉시 신고해주십시오.'

호와...문신했다고 입장 금지..그게 되나? 어쨌든 이건 바람직한 거이긴 한데...사우나에서 폼잡고 돌아다니는 몸에 그림그린 깍두기 아저씨들..별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건 사실이다.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9층은 뭐 어찌어찌해서 안된다하고 다른 곳을 알아봐 주겠다고..다음날 다시 부동산에 들렀는데 이번에는 13층을 보여준다. 살짝 넓지만 값은 똑같다.창문이 강쪽으로 났으니 배산임수를 갖췄다.


전화위복이라고 점점 좋은 장소를 찾아가게 되는걸 보니 좋은 징조다. 그런데 13층 쥔장이 아직 분양이 완료되지 않았단다.그래서 확약서를 작성하고 보증금 없이 한달치만 선불로 지급한 후 분양이 넘어오면 그때 보증금을 받겠단다.

그렇게 계약을 마치고 나는 다시 수안보로 돌아와 택배를 발송한후 짐을 풀었다. 주문한 마사지 베드도 속속 도착하고 현수막과 전단지도 도착했다. 조선일보에 전화를 했다. 2500부에 4만원이란다.

그런데 이놈들 전단을 다 돌리기는 하는걸까? 돈만 받아챙기고 갖다 버려도 모르는거 아닌가. 전에 식당운영할때도 한번 해본적있었는데 전단지 보고 왔다는 사람 딱 한명 있었다. 잠시후 신문사 직원이 전단지를 받으러 왔다. 10분후 도착한다더니 정말 딱 십분거린가보다.

'헉...갱식아...'

갱식이 얼굴과 똑같은 것이다. 경상도에와서 갱식이를 다시만날 줄은...

다음날 아침에는 꼭두새벽부터 현수막 작업에 들어갔다. 전봇대에 현수막 거는것이 보통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하루 두개 걸고 나면 끝이다. 다음날로 패스...10개 다걸려면 아직 멀었다.


이것저것..바쁘다. 정신없이 이삼일이 흘렀다. 예쁜 마사지실이 완성되고 금융센터가 바라다 보이는 넓은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수안보에서 여기 오기 한 이삼년 전 부터 내리 꾸어왔던 꿈이 있다. 갑자기 내가 날개도 없이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 사람들은 부러워하며 나를 바라보고 나는 끊임없이 치솟는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다시 서서히 하강한다. 아무리 다시 기를 쓰고 날아보려해도 점점 서서히 땅에 내려오고만다.


무슨꿈일까..불길한 꿈이다.

19

 

훨훨날고 있는 내 모습은 높은 오피스텔을 상징하리라..그런데 결국 땅바닥에 내려왔다는 것은..이곳을 곧 떠나게 됨을 암시할것이다.강남의 오피스텔에 입주했었을때에도 비슷한 꿈을 꾸었었다. 어느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데 끝까지 가지않고 돌아오는것이 아닌가.얼마 못가 여기서 나가게 되는 꿈이라예견했고 예견은 맞았다. 3개월후 이사를 가고 말았던것이다.

저녁때쯤이 되자..긴장감이 흘렀다. 내가 지금 뭐한거지 ? 간판도 없는 이곳에 누가 온다고..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미친짓을 한거야...현수막 하나 믿고 문을 열기는 했지만..기대에 따라주지 않는다면.. 일년여를 나는 이곳에서 허비해야 할것이다.


저녁 9시 마감인데 벌써 9시 반이다. 불을끄고 자려는데 벨이 울렸다. 손님이다.

첫날 손님을 받았다. 휴..조짐이 좋다. 다음날은 공쳤다. 그 다음날 두명의 커플손님이 왔다갔다. 현수막을 보고 왔다고 한다.10개 주문한 현수막을 이제 5개밖에 걸지 못했다. 나머지는 마땅히 걸만한 장소가 없다. 표면이 포장되어있는 너무 깨끗한 전봇대는 거나마나 철거될듯해 보인다.



매일 아침산책을 놓치면 안되는 것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닐터.. 휴대폰 이어폰을 귀마개로 활용하면 도심에서도 산책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주 막을 수는 없지만 소음의 50%정도는 줄여주어 훨씬 산책이 쉽다.
부산의 차량은 서울보다 좀 적은듯 하기는 하지만..그리 만만치 않아보인다. 그런데 공기는..글세...훨 나은것 같다. 차량이 보기보다 그만큼 적다는 증거이다.

부산 동천


부산의 동천은 청개천 보다는 넓고 깊지만 그리 길지가 않다. 한 20분 걷다보면 끊어지고 만다. 청개천 길을 따라 한강까지 걸어가본적이 있다. 세시간이 넘게 걸려 발이 퉁퉁 부었었다.


동천의 끝자락 즘에 멀리 부두가 보인다. 저 부둣가를 한번 밟아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거기는 들어갈수 없단다. 에이..설마..그럴리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뒤로하고 아무리 이리저리 헤메어도 부둣가로 가는 길은 찾을수 없어보인다. 곧 10시가 되어 서둘러 나는 마사지실로 돌아왔다.


20

 

 

며칠 뒤였을까? 손님한명이 더 왔는데 5만원짜리를 받을까 3만5천원짜리를 받을까 고민하더니 결국 3만5천원짜리 마사지를 받았다. 어깨에 심한 담이들어있었다. 몸에 피로가 심하시니 추가하시라고 했는데 됐단다.


그 손님은 마사지도 중했지만 그보다 온 목적이 다른데 있었다. 최면치료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내놓은 메뉴는 마사지만 있는것이 아니었다.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체질식 ..기치료..그리고 최면치료도 포함되어있다. 최면치료는 레드선 김영국 박사에게 백 삼십만원 주고 직접 사사받은 바 있다.

그는 중학교때인지 고등학교때인지 한 남학생으로 부터 성적인 장난을 당했다고 했다. 어떤것인지 구체적은 설명은 없었지만 그 뒤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강박관념으로 다가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불을 끄고 조명등 하나만 켠뒤 절반정도 몸을 눞힌후 피 시술자의 과거로 짚어 내려간다. 중간에 최면에서 깨어났다. 하나도 기억이 안나니 다시하겠다는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과거의 문제점들을 짚어내었고 원인을 찾고 나름대로 해결은 해주었는데 약발이 먹혔을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니 한달째인데 돈돌려달라는 말 없으니 잘 살고 있겠지...

좀 이해가지 않는 점은  남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최면 치료를 받으면서 왜 남성인 내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마사지를 받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었던 것인지 좀 의아한 일이다.

숙취를 해장술로 다스리려는 심리의 하나였을까?

 

 

부산의 해운대는 가봤고 이제 어딜 좀 가봐야 좀더 부산을 쉽게 알수 있을까.... 금융센터 부근의 지하철역 서면 범내골 범일 등등..모두 훑어봤다. 지하철과 지하철간의 거리가 짧아 걷다보면 지하철이 나온다.


김해공항쪽으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김해공항은 아무래도 공항이니 사람들이 여독을 풀 장소가 필요할 것이고 호텔들이 밀집해 있으리라. 마사지 장소를 물색할때 금융센터다음으로 찍어두었던 장소이다. 왠걸...왠 주차장만 잔뜩있고 아무것도 없는것이었다. 그래도 식당은 몇군데 있어 밥한끼 사먹고 돌아왔다.


식당은 간단한 부페식이었고 싸고 맛있었다. 밥먹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지하철 관리소였다.

"사장님..죄송한데예..안테나에 걸린 현수막 좀 철거해주이소. 다른데 단건 우리가 뭐라 말하지못하겠고예..그건 안테나라서예. 거기는 걸면 안되거든예."


"아예..오늘 저녁쯤에 철거해드리겠습니다."

무척 정중하게 요청해오시길래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았지만 좀 낭패다. 눈에 가장 잘띠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세군데는 말도 없이 철거해갔다. 이제 남은 현수막은 네개정도였다.

날개에 힘이 빠지고 있다. 점점 나는 내려오고 있다.돌리는지 안돌리는지도 모르는 전단지를 돌리기에는 지출이 너무 크다. 이제 믿을건. 남은 현수막과 명함뿐이다.

 


아침 산책길에 오르면서 명함 한통을 가지고 나가서 모두 뿌리고 돌아온다. 부산의 거리는 대도시의 느낌만 있을 뿐 골목상권이 없다. 골목상권은 모두 산으로 올라가버렸다. 오피스텔13층에서 내려다보면 뒤쪽으로 주택가가 밀집해있다. 그런데 꽤 높아 보인다. 저런 달동네에 상권이 있을리가없다. 선뜻 발길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은..한번 달동네 마을을 밟아보기로 했다.

'아니..헐...이럴수가..'

21

 

오피스텔에 처음 입주할때였다. 이삿짐을 모두 박스에 넣은뒤 택배로 보냈다. 서울에서 수안보로 이삿짐 센터에 맡기니 30만원이들었다. 그런데 택배로 처리하니 8만원에 끝이다.


그중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복숭아 두짝도 있었다. 60대쯤 되어보이는 관리소장한테 전화가 왔다. 딱한번 안면이 있었다.

"택배왔는데예. 복숭아는예 냉장고에 집어넣었고예. 일단은 냉장고 전원을 켜두었어예. 날이더워서 금방 썩어삐거든예."


"아예.. 감사합니다."

세심한데까지 신경써주는 센스가 놀랍다. 도착해서 복숭한 한짝은 소장님께 드려야겠다. 두짝 다드릴까 한짝만 드릴까.너무 오버하는것도 뭐하니 한짝만 드릴까? 혹시나 해서 개봉해보았다.

괜히 고민했다. 몽땅 썩어있었다. 안썩은것만 골라 추려내니 6개정도. 그릇에 담아 경비실로 내려갔다.

"소장님..복숭아 한짝 드릴려고 했는데 두짝다 몽땅 썩었어요. 안썩은것만 골라왔거든요."

소장님은 무척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고 복숭아 여섯개를 감사한듯 받으신다.

사람이 산다는것은 결국 너와 내가 사는것이며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웃집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최소한의 도움마저 거절하며 얼굴만 보면 찬바람 쌩쌩부는 그런곳에 살면 행복할수 있을까?

내가 남을 돕는다는것으로 그가 얼마나 도움을 받을까? 그렇게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꼭 도움을 받아먹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서로 도와가면서 거기서 소통과 애정이 발생하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지랍 넓은 부산이야 말로 내가 찾던 곳이며 보금자리를 틀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어느곳에 살던 행복한 곳에서 살아야 하며 그것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인간적 환경을 보아야 하리라.

풍수책을 하나 구입해 읽었는데 그곳에도 그런말이 나온다. 아무리 풍수가 좋다한들 주변사람들이 자신과 맞지 않으면 머물지 말고 떠나라는 것.

22

 

부산의 달동네는 달동네가 아니다. 서울의 달동네는 빈촌이다. 완전 찌그러진 판자집이 아니면 달동네에 없는 경향이 있다.부산의 달동네도 뭐 그리 부촌이라 할수 는 없지만 서울의 달동네처럼 빈촌이 모여사는 곳은 아니다. 그곳은 원래 평지가 귀하니 일반 주택들이 산으로 올라가버린것이다.


한 3분의 일 정도 갔을까? 그만 내려올수 밖에 없었다.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족히 45도를 넘어 50도는 되어보인다. 뭐 올라가다 좀 평평하다 다시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쭉쭉 올라간다. 계단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위에 수퍼도 있고 세탁소도 있고 병원도 있고 왠만한것들이 다 있다.

이건 히말라야 등산하는거지....어떻게 다니라는거야..버스타고나 가면 모를까.. 마을버스가 가파른 경사를 타고 꼭대기까지 오를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산이 이런 환경이리라는 것은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여행이란 중요한것이다.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이야기가 여행을 통해 드러난다.


부산은 평지가 귀하다. 그러다보니 평지는 점점 비싸지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선다. 서울보다 더 번화해진다. 평지에 대충 집짓고 사는 그런 곳은 서울에서나 가능하지 부산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냥 가정집은 산에나 올라가야 지을수 있다. 즉 서민적 환경과 기업화된 도시가 어우러진 모습이 아니라 두개가 극명하게 갈린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부산의 실체였다. 요즘은 평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택도 없어 보인다.


다 좋다..그렇지만 산은 산으로 남겨두었어야 했다. 이건 산에 대한 예우가 아닐것이다. 산의 머리꼭대기에 깍두기머리처럼 풀이 자라고 있고 그아래는 모두 집인 형태이니 산의 녹지를 모두 훼손한 셈이다.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우도 물론 아니다.


너무 경사가 심해 한번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와 돌아다닐수 없을 듯하다. 학교가거나 직장때문이라면 모를까 괜히 산책하러 나섰다가는 바로 등산이 된다.


어쩌면 부산사람들의 오지랍은 이렇게 험준한 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형성된것이 아닐까? 무엇인가를 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먼저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 무엇이든 능동적이 된다는 것이다.


평평한곳에서 사는 서울사람들은 굳이 자기몸 움직여서 뭘 하려들지 않는다. 받아 처먹을 줄만 알고.. 남 눈치만 보며 남이 뭔가 해주길 기다린다. 즉 너무 편히 살다보니 뺀질이가 된것이다. 뭐든 자기 중심적..이기적..수동적 피동적..이런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길을 물어도 서울사람들과 부산사람들의 대응 방법은 차이가 있다. 물론 서울사람들도 길물으면 가르쳐준다. 알면서 안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살짝 다르다.

"이쪽으로 쭉 가시다가예 오른쪽길 나오시면 꺽고예 가다가보면  cgv 있고예 거기서 100미터 쯤 가다가예 다시 왼쪽으로 돌면 부동산 있습니데이 그 부동산에서  팍 꺽어삐면예 골목 두개가 나옵니데이 두번째 골목에서 살살 걷다가예..큰 길나오면 마 거기가 서면인데예 신호등 바낀네예 퍼뜩 뛰가소.."



23

 

부산도착 첫날에는 마침 부산행 영화가 막 상영중이었다. 부산에 와서 부산행 영화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왠만해서 좀비 영화하고 뱀파이어 영화는 안보는데 부산행은 재밌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좀비영화여서 그런지 그리 식상하지는 않았다.


부산행을 본후 느껴지는 것이 있다. 왜 제목이 부산행이었을까? 단지..서울에서 기차로 이동하자니..부산이 머니까 부산행이다?좀비는 서울 뺀질이들을 의미한다. 뺀질이들은 자기밖에 모르고 남은 뒷전이며 영혼은 죽었다. 행복하려 기를 쓰지만 행복하지도 않으며 살아있으되 산것이 아니다. 그러니 딱 좀비에 비할 수 있다.

좀비는 전염된다. 문명화된 세계에서 사람들의 차갑고 냉혹한 감성은 점점 퍼져나간다.그런데 부산에는 좀비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았다. 아직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부산행이 된것이다. 분명 작가는 서울사람들과 부산사람들의 극명한 차이를 잘 알고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떡볶이를 먹으러 재래시장에 갔다. 한번 맛본 그맛을 잊을수 없다. 어렸을때 떡집에서 떡을 사다가 해먹던 집에서 먹던 떡복이 맛.다행히 평지에도 재래시장이 있기는 있다. 서민적 풍경이 대부분 산으로 올라갔다 했지만 그래도 재래시장은 평지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의 떡복이는 서울의 떡복이와 완전히 다르다. 냉장고에서 삼년지난 떡이 아니라 금방 뽑은 듯한 진짜 떡이 들어간다.

"언니야..접시 가꼬오라 안했나."

아직 나이도 많이 안찬 30대 후반의 두 자매가 활기차게 장사시작준비에 여념없다.


"떡복이 일인분만 주세요. 어묵은 빼고 주세요."


대번에 서울말 쓰는 걸 눈치채고 아래위로 훑어본다. 한번 씩 웃더니 서울말을 건넨다.


"더드시고 싶으시면 꺼내 드시고요↑ 국물드릴까요↑"


"네."

여름철 해운대를 제외하고 부산에는 서울사람이 극히 드물다. 서울에 사는 부산사람들 보다 부산에 사는 서울사람이 더 적은 듯 싶다. 그래서 서울말을 쓰면 곧 멈칫하며 외국인 보듯 쳐다본다.

가끔 내가 서울사람인 것을 알고 서울말로 바꾸는 부산 사람들이 있다.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이번참에 한번 서울말 쓰고 싶은 모양이다.파리에 가면 사람들이 첨에는 불어로 쓰다가 곧 영어로 바꿔 말한다. 배운거 써먹어야 되니 입이 근질 근질 한것이다. 프랑스 사람이 자존심 강해서 영어쓰면 개무시 한다는 건 옛말이다.


24

 

부산의 동천은 무척 짧아 산책하려면 뱅글뱅글 돌아야 한다. 부둣가는 끝내 밟을 수 없었다. 도심 한복판에는 산책할만한 공간이 없다. 부산은 그냥 도심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 없다.

서울보다 더 심한 도시공간...길을 걸으면 차소리 높은 빌딩 포장된 도로..이마트 씨지브이, 프렌차이즈 식당 프렌차이즈 술집 프렌차이즈 커피숍 그런것들로 꽉차서 빈틈이 없는 도시..그것이 바로 부산이었다.

바닷가는 해운대로 프렌차이즈화 되어있다. 명동이 분점낸도시..그것이 바로 부산이었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면 서울보다는 공기가 좀 낫다. 그런데 한번은 갑자기 미세먼지가 몰려왔는지 하늘이 희뿌였게 변했다.4시간 동안 거리를 헤메고 나자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날이후 기침이 멎지를 않는다. 미세먼지때문에 폐가 망가졌구나싶었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옥상 정원이 마련되어있었다. 폐도 안좋으니 아침 산책은 여기서 해도 되겠다. 미세먼지는 옥상에 있는다고 사라지는것이 아닐테지만 그래도 차다니는 평지보다는 여기가 한층 나으리라. 동천 돌듯이 뱅글뱅글 도는 수밖에 없다.

 


옥상정원과 뻥뚤린 건물사이로 자라는 식물들...이 오피스텔은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꿈꾸어왔던 그런 건물이다.내가 만약 건축을 한다면 반드시 옥상에는 정원을 만들리라..그런데 내가 걱정안해도 누군가 이미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놓았다. 구멍숭숭 뚤린 화강암으로 만든 벽도 그러하다.2층에는 공용 헬스클럽이 있고 월 1만5천원에 이용가능하다.


며칠동안 기침이 멎지를 않는다. 밖에서 한번 잤는데 그날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오피스텔이 너무 새집이라 새집 증후군이 생긴것이다. 무늬만 친환경 에코하우스고..포름알데히드로 떡칠한것이다.


창문을 열어놓아도 소용이 없었다. 집보러 다녔을때 9층의 어떤여성이 일년도 채 못되서 집을 내놓은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깔끔하고 예쁜집을 왜 내놓았을까? 창문을 열어두고 있었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왜 소음을 마다하고 문을 열어두었을까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던것이다. 사실을 깨닫고 나자 당혹스럽다. 이제 거의 한달되어간다. 어떡할까 접어버릴까?


고민이 되었지만 어렵게 찾아온 이곳을 한달만에 접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좀더 버텨보아야 한다. 인터파크에서 오만원짜리 공기청정기를 하나 구입하고 이틀만 더 버텨보기로 했다.저녁 9시쯤이었나..포름알데히드를 피해 밖으로 나가 산책후 돌아오면서 동천의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가 흔들거린다. 부산의 다리는 원래 흔들거리나 보다싶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티비를 켜놓고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던중... 갑자기 바닥이 배탄것 처럼 울렁거린다. 뭐지? 티비를 보니 테이블과 함께 마구 흔들리고 있다.

25

  

 다음           HOME

 

  massage-korea.com all rights are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