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 일기


해외에 나가는 것은 대학교 졸업 여행으로 제주도를 한번 가봤을 뿐이고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했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기회는 다시 찾아와주었고 그 첫번째 여행지는 서른살이 조금 넘었을 때였을까 푸켓이라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그때가 아마 밀레니엄 버그로 시끄러웠던 2000년즘 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때에 막 아파트에서 골칫덩어리 가족들을 몰아내고 인테리어를 마친후 마사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해외 유학갈거 뭐있어 국내에도 외국인 쌨는데.."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영어공부에 적잖은 시간을 투자했던지라 원어민을 만나서 적절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나로서는 급선무였다.

영어는 글만 읽어서는 절대 늘지 않는 법이지. 생활영어를 하려면 외국인을 만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을 것이고 그러자면 외국인을 사귀어야 하는데 그러던 차에 만난게 톰이었다.

이왕이면 좀 쓸만한 놈이었으면 좋긴 했겠지만 톰은 대머리에 배는 남산만하게 나오고 이빨은 다 빠진 한국인 60세는 되어보이는 39세의 남성이었다.

서른 두살이라더니 주민증 보고 알았는데 생활자체가 천상 사기꾼인 소시오패스였다. 그거야 일단 외국인이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봐준다만 그의 영어는 저기 남미의 어느 코딱지 만한 나라에서 자랐다는데 사투리가 섞였는지 거의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내가 히어링이 안되는건지 그새끼가 발음이 엉망인건지는 나로서도 내가 원어민이 아닌이상 판별하기는 어려웠다.

하여튼 분명한건 미국인들 영어는 들리는데 이해가 안가거나 따라잡지를 못하는 정도고 그 새끼 말하는건 뭐라 씨부리는 건지 아예 들리지가 않았다.

어쨌든 그가 원어민이었던 것은 분명하고 캐나다에서 20세때 이민가서 살았다니 영어를 쓰긴 쓰는게 분명하긴 했고 그에게 배운 쓸만한 영어도 몇가지 있긴 있었다.

탠트럼 신경질이란 말이다. 신경질 영어사전 뒤져보면 너버스 어쩌고 하면서 쓸데 없는 것만 나오지만 이거쓰면 딱 맞다.

브로큰 고장나다.

배운대로 아웃오브 오더라고 했더니 킬킬 웃으면서 그런말 쓰는게 아니란다.

와이드 어웨이크

뜬눈으로 밤새다.

그 밖에 본의 아니게 발음교정도 몇개 받은바 있는데 이빨 빠진 남미출신 할배한테 발음교정 받은게 좀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사실이다.

옷을 벗은 naked는 그때까지 네이크트라고 썼는데 과거형 동사가아니고 형용사다. 네이키드가 맞다.

내가 그에게 가르쳐준 한국어도 몇개 된다. 학원에서 꼬맹이들 영어를 가르치는데 안봐도 훤하지만 아이들이 무척 장난을 많이 치고 짖굳다고 한다. 죽을래? 닥쳐 ! 뭐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톰은 학원에서 불을 피우질 않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질 않나 똘짓거리를 하도해서 여기저기 짤리기 일수 였는데 그럴 때마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집을 비우고 이사를 다녀야 했고 그러다가 운좋게 호구를 한명 만나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게 나였다.

집은 해결됐다 치고 다른 직장을 구하려면 비자를 갱신해야 되는데 그러자면 해외에 한번 나갔다 들어와야 된단다. 그래서 그는 해외여행을 물색했고 나하고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의를 해왔다.

사실 그때 나는 돈도 제법 벌기는 했었지만 신불자였던지라 아파트는 엄마명의로 돌려놓고 있었고 빚을 갚기 위해 한푼이라도 아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비행기값과 숙박비를 포함해서 십오만원이면 갔다 올수 있다니 한번 떠보기로 했다.
항공사는 할인받아 싸게 끊고 숙박은 직접 톰이 현지 호텔과 이메일로 예약을 해서 싸게 할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타일랜드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티비에서 타일랜드에 관한 영상이 나오면 한국의 70년대를 방불케 하는 아프리카 오지 마을 같은데가 주로 나오는데다가 차라리 흑인도 아니고 생긴건 한국사람 비슷하게 생긴 것도 같으면서 촌티 작렬하는 얼굴인듯해 보여 그닥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게 티비에서는 그런 사람만 보이는데 가보면 그런사람 별로 없다. 그리고 신기한게 나중에 미국가서 알았는데 티비에서는 미국인이 완전 미남 미녀만 있는데 가보면 후줄근한게 영 별로인데다 몸매도 완전꽝인게 차마 눈뜨고 볼수가 없다.

비만은 둘째 문제다. 내 다리가 짧은 다리가 아니라는걸 뉴욕 백인들을 보고 알았다. 어떻게 백인 다리가 나보다 더 짧고 허리는 나보다 더 길수가 있는지 . . 수두룩하다. 한국에서는 내 몸매에 영 자신이 없었는데 미국가니까 나 정도면 글래머에 속한다. 어깨피고 살아도 되겠다 싶다.

하여튼 그렇게 푸켓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공항에
내리니 피켓을 들고 호텔에서 픽업을 나와 있었고 그의 차에 올라타 어두 컴컴한 들판을 달릴때즘 이제서야 내가 외국땅을 밟았구나 실감이 되었는데 잠시 차가 주춤하는 사이 느닷없이 어디선가 꼬맹이 하나가 달려들어 창문에 두손을 붙이고 노려 보고 있었다. 돈달라는 모양인데 15만원짜리 여행오면서 적선할 처지가 아니어서 그냥 무시했고 마음이 걸렸다.

"줄 걸 그랬나?"

"아직 개발 도상국이라 거지가 좀 있는 나라이지"
차는 그렇게 어두운 길을 달려가고 있었고 끝없는 들판과 간간히 보이는 정체모를 집과 낮은 건물들이 종종 보일 뿐이었다.

도착한 호텔은 4층인가 6층인가 한국의 웬만한 빌라 하나 정도의 크기인데 나름 그럴싸한 디자인에 화려해보였고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풀도 하나 있었다. 바로 앞이 바다인데 이런 풀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싶기는 했지만 가끔 몸을 담그고 허우적 대면서 기분내기는 나쁘지 않았다.

음식은 한국에서도 비싸서 먹기 힘든 큼지막한 새우가 사정없이 대여섯개가 박혀있고 내가 좋아하는 양송이 버섯도 듬뿍 듬뿍 들어가 있으며 하여튼 뭐든 감질나는 한국음식하고는 달리 듬뿍 듬뿍 들어있으며 값은 절반도 안되어 흡족했던것 같다.

한국에서 타일랜드 음식을 먹어본 적은 없었던것 같은데 방송에서 본건지 왠지 기억하기로는 태국음식은 한국의 멸치액젖이 들어간 듯한 이상한 꼬릿꼬릿한 맛이 나지 않나 생각을 했었는데 먹어보면 그런것은 없고 입맛에 딱 맞는게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별다른 것은 없었다.

호텔에서는 조식을 제공해주는데 어메리칸 브랙퍼스트라고 해서 써니사이드업 달걀 후라이 두개 하고 버터 하나 그리고 식빵 하나 커피나 쥬스 한 컵이 제공된다.

이런 음식이 국민 음식이니 미국인들이 살이 안찌고 배기겠는가. 옆에서는 미국인 부부가 천연덕스럽게 버터를 빵에 바르고 있었지만 나는 가뜩이나 배가 나와 이티몸매가 되어있는지라 버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타일랜드의 음식은 한국처럼 밥따로 반찬 따로 나오지는 않고 거의 복음밥 처럼 나오는데 쌀이 위주여서 입맛에 맞았다. 쌀은 한국의 쌀처럼 생기지 않고 듣던대로 길쭉길쭉했지만 맛은 똑같았다.

원래 국수 광이라서 태국 국수좀 먹어볼까 싶었는데 태국의 국수는 대개가 쌀국수이다.

그러니 잔치국수 먹을때의 그 쫄깃한 식감이 하나도 없다. 그것 까지는 좋은데 거기다가 국수가 마치 나무 젖가락 두개 붙여놓은것 처럼 넓다. 한입 떠서 먹어보면 도데체 이걸 왜 먹는지 이해가 안가는 이상한 맛이다.

다른건 다 좋은데 쌀국수만큼은 내 입맛이 아니라서 좀 얇은 쌀국수를 찾던차에 해변에서 어깨에 음식통을 메고 아재 한명이 다가왔는데 쌀국수라기에 사먹게 되었다.

국수가 이번에는 가늘어서 딱 좋았는데 정체를 알수 없는 이상한 고기 한 덩어리가 들어있는 것이다. 뭐냐 했더니 톰이 하는 말이 소 염통이란다. 구역질 날 뻔했다.. 고기 내장 많이 먹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로 구워 먹지 국물에 넣어먹기는 첨이다.

I need a tatoo on my left shoulder so I could balance with my right one, Do you have any good place to recommend me?

왼쪽어깨에 문신 하나 하려고 하는데 괜찮은데 있어요? 오른쪽 문신하고 균형을 맞춰야 되서 하나 할건데..

프론트의 벨멘 역시 자랑스런 문신 하나를 어깨에 달고 있었고 둘은 서로 의기투합하려는 찰라 내가 끼어들었다.

Ok. If you have one more tatto you may leave my house.

타투 하나만 더 하면 우리집에서 살생각 하지 말어.

Are you enjoying this threatning?
너 협박하니까 좋냐?

톰은 당황한듯 나를 노려보았고 대화는 중단됐다. 톰은 어깨에 커다란 문신을 하나 하고 있었는데 카톨릭 신자인지라 무슨 성모상 비스무리 한것이 그려져 있었다.

몸매도 꽝인데다가 그림까지 그려놓으니 더 어수선해보여 거슬렸는데 거기다가 또 문신을 한다면서 푸켓에 오는 참에 하려고 벼르고 있던 버킷 리스트였던 모양이었다.

지 몸에 지가 그림 그리겠다는데 왜 내가 참견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 협박을 받고 문신은 접고 대화는 마사지로 전환되었다.

"괜찮은 마사지 있어요?"

툭툭을 타고 벨멘이 추천해준 마사지 실에 도착했는데 야외에서 받는 타이마자시였고 주인은 남성이었다. 남성은 야성미 넘치는 중년의 거무티티한 타일랜드인이었는데 톰은 그렇게 생간 사람을 싫어했다.

꼬짱 꼬장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으면서 간만 보다가 나중에 오겠다고 나와버린 것이다. 내가 다 민망했는데 십여년 후 수안보에서 내가 직접 로드샵 마사지실을 운영해보니 이런 것이 얼마나 큰 진상 짓거리였는지를 여실히 알게 되었고 그자리에 같이 있었던 것 만으로도 자책이 될만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 열어놓으니까 아무나 들어와서 쉽게 찝적거리고 가는 인간들.. 이가 갈린다.

사실 그때도 알았었지만 영어가 시원하게 나오질 않아서 그냥 구경만 했었다.

"야 묻긴 뭘 물어 그냥 받아보면 되지. "
"Stop asking. Just try it. I'm in."

이러면 됐는데 그때만 해도 영어가 짧아 말이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나서 톰은 나를 데리고 추천 받지도 않은 한곳을 들어갔는데 별로 이쁘게 생기지도 않은 아줌마가 마사지는 설렁설렁 끝내더니 내 고추를 잡고 이만원 이만원 그러시는 것이었다.

남들 추천해준 곳 마다하고 진상 짓거리 하더니 꼭 데려간다는게 이런 곳이냐..

다음날은 최고급에 해당한다는 스파에 갔는데 마사지 요금은 한 6만원 정도 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내가 간판도 없이 아파트에서 손님 모으면서 십만원 받았으니 최고급 스파치고는 싼 셈이었다.

우선 스팀 사우나에서 몸을 덮힌후 마사지실로 들어갔는데 베드가 두개였고 여성 두명이 들어왔는데 오일 마사지라서 그런지 뒷면 할때는 옷을 모두 벗겼고 앞면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이만원 이만원은 없었다.

뭐 그냥 시간 때운 마사지고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

푸켓은 적도에 위치한 나라인데 정말 헉헉 소리가 날정도로 덥다. 근데 며칠 있다보니 또 적응이 되는게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티셔츠라도 입지만 바닷가라 훌렁 벗고 있으니 견딜만 한 것 같다.

타일랜드에 왔지만 주로 관광객들이고 타일랜드 현지인들은 한 20% 정도나 될까 싶다. 그러니 딱히 타일랜드에 와있다는 느낌보다 그냥 어디 유럽에 와있는 느낌도 들었다. 관광객뿐 아니라 독일사람이 운영한다는 샵도 있고 아마 대부분의 샵들이 그럴것이라 본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충분한 시간이었고 즐거웠으며 한국에서는 진상질 삼매경에 빠진 톰이 해외에서는 자기 집에 온것 처럼 점잖아지는것이 신기했다.

뭔가 톰은 한국하고 안맞는 모양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눈뜨고 볼수 없었는데 해외에서는 달랐다.

This must be from a mother for her son who is around here and delivered to me.

이거 누군가 나한테 잘못 보냈는데 딱보니 엄마가 아들 먹으라고 만들어 보내준 것 같애.

한번은 톰의 집에 놀러갔는데 전직 요리사이기도 했다는 그는 김치 닭도리탕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김치가 잘 못 배달온 택배에서 꺼낸 것이었고 그 택배를 베란다에 곱게 모셔두고 조금식 꺼내 먹고 있었는데 어느 어머니가 아들한테 보내온 것이 분명한 정성이 가득한 총각 김치였다. 사과 궤짝 하나 크기에 한 삼개월은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그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듯 나에게 그 택배의 출처를 설명했다. 그 엄마의 정성이 허물어지는 것이 눈에 밟혀 닭고기가 목구멍에 넘어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잘 못 받았으면 어떻게든 돌려줄 생각을 해야지 천연덕 스럽게 먹고 있는 것은 뭔지..

한번은 야산에 쓰레기를 버려야 되는데 사람들 눈에 안띄게 가야 되니까 좀 도와달란다. 쓰레기 봉투 사서 버려야 된다는걸 닙득 시켜 주는데 30분이 걸렸다.

한번은 겨울에 수도가 얼어서 안나오는 적 있었던 모양이다. 한방울씩 틀어놔야 얼지 않는다고 해주었는데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고 살더니 결국 수도세가 삼십만원이나 나왔단다.

수퍼에서 떡볶이를 사다 집에서 해먹었는데 그 안에 실리카겔이 양념인줄 알고 넣어먹었단다.

푸켓에서 돌아온지 한 일주일 지났을까? 쯔나미가 타일랜드를 덮쳐 푸켓이 쑥대밭이 되었단다. 바로 우리가 다녀온 그자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톰이 거기서 죽을 운명이었는데 내가 같이 가는 바람에 하늘이 나를 보고 며칠 연기해서 살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푸켓에 다녀온지 한 육개월 지났을까 이번에는 보라카이를 가잔다. 보라카이가 어디냐니까 필리핀에 있는데 세계 삼대 휴양지란다.

푸켓 보라카이 그리고 몰디브가 세계 삼대 휴양지인데 그중에 두군데를 갔고 몰디브도 갈뻔 했는데 갑자기 사고가 생겨 톰만 혼자 갔다 왔다.

쯔나미 안무서우냐니까 거기는 지진 지역대가 아니라서 괜찮단다.

다음에는 보라카이 여행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OME

 

  massage-korea.com all rights are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