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혁의 질병

6평짜리 주택가 벽돌집 빌라 1층을 대충 손봐서 만든 꼬치구이 식당에는 오늘도 파리만 날리며 주인장 혼자 앉아 노트북 삼매경에 빠져있다.

 (사진은 실제로 운영했던 식당의 사진입니다.) 오는 손님이라고는 동네 건달 조선족 중혁이와 닭꼬치를 사먹으러 오는 코흘리개 꼬마들 몇명하고 노인과 바다에나 나올듯한 단골 할아버지 한명이 전부다. 며칠새 안보이던 중혁이 찾아와 무슨 좋은일 있는 듯 싱글벙글하며 내 옆에 앉는다.

중혁의 취미생활은 친구들과 고깃집 가기다. 가끔의 폭력도 그의 빠질수 없는 취미생활의 하나이다.

 "형 어제 저쪽에 땡땡 식당에서 고기 먹다가 사람 팼시요. ㅎㅎㅎ 친구들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디요. 옆에서 어떤 백성이 자꾸 조용히 좀 하라고 기러더라고요. 열받아서 팼시요. 경찰와서 내래 혼쭐이 나서 도망갔디요.ㅎㅎㅎ "

"그런새끼는 맞아도 싸. "

조선족 중혁이의 고충을 알 듯하다. 남이야 떠들건 말건 왜 옆에서 훈계질이란 말인가. 물론 식당에서 조용히 해야 하는건 에티켓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함부로 훈계질 하는건 매를 자초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 조선족이라고 무시했겠지.

한편으로는 얼마나 개지랄을 떨었으면 옆에서 그랬을까 짐작이 간다. 목청돋을 때 알아봤다.그래도 '니가 잘못했어 !' 할수도 없는노릇이고..일단 맞장구는 쳐주었다.

몇달 후..중혁은 방금 바꾼 따끈따끈한 신삥 스마트 폰에 담겨놓은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가..이제 죽을라나 보다..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뒤로 넘겼다.눈에 이슬이 맺히며 이제 29살 밖에 안살은 과거의 삶이 회환이 되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듯해보였다. 사진속의 중혁의 모습은 마치 고기를 지진듯 붉게 튀어나온 부분들이 온몸 전체에 번져있었다.

 "이거 알레르기 아니니?"

 "병원 가면 알레르기라고 주사맞고 약먹고 삼십만원씩 나와요. 개새끼들이 돈만 처먹고 약먹고 나면 한 며칠 괜찮고 또 그래요. "

삼십만원이면 삼일 노가다 일당이다. 매일 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프리랜서 노가다가 주 업무인 중혁은 힘깨나 쓰는 모양인지 일이 힘들지 않은가보다. 돈나가는 것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비싼 고기집을 방앗간 드나들 듯하니 호주머니에 돈이 남아날 때가 없다.

중혁은 중국에 있는 할아버지한테 국제전화를 걸었다.

 "니훠 쌰오 띵 하오 난자완스 츠팔로마."

뭐라 중국어로 한참 씨부리더니 얼굴이 밝아졌다.

"우리 할아버지래 고저 동네에서 알아주는 한의사예요. 병원가도 안되는 사람 왔는데 다 고쳐서 보냈디요. 걱정하지 말라우 내래 니병 고쳐주갔어. 라고 했디요. 약지어서 보내줄테니 일주일만 기다리래요."

일주일이 지났고 중혁은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약을 먹고 신통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약 먹고 소용없을텐데....한약이건 양약이건 소용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나는 약없이 병을 치유했었기 때문이다.

중혁이 다시 식당을 찾았다. 문을 벌컥 열고 모습을 드러낸 후 마스크를 벗었다. 자랑이라도 하듯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신이난듯 6평짜리 가게안을 휘젖고 다닌다. 입술이 토인입술처럼 부풀어 흡사 붕어같았다. 사람얼굴이 아니었다. 이제 포기한듯 더 이상의 고민은 없어보인다.

나는 병의 원인을 알고 있다. 사람을 패고 다녔으니 지 얼굴도 누구한테 맞은 것 처럼 팅팅 부은 것이다. 죄값을 치루기 전까지 병은 낫지 않을 것이니 오래갈 것이다. 병원에 가면 갈수록 병은 점점 악화될것이다. 그러다가 도져서 평생 얼굴 장애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치유방법은 알고 있는데 말해주어야 할까? 그가 벌을 받도록 놔둬야 하는것은 아닐까? 잠시 망설여졌지만 나는 그에게 해법을 알려주었다. 그가 즐겨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원인임이 분명하다.

5년전..그러니까 지금부터 10년전쯤에 나는 불치의 병을 앓았다. 수술하면 낫고 수술하지 않으면 절대로 낫지 않는 병이라니 불치의 병이다. 나는 병원대신 자연치유를 선택했다.

 내가 걸렸던 병은 암처럼 보이지 않는 속병이 아니라 중혁의 피부병처럼 눈으로 확인 가능한 질병이었다. 사람들은 무척 머리가 좋고 똑똑한 것 같은데 의외로 지능이 그리 높지는 않다. 테스트를 해보겠다. 당신이 어제 저녁에 아니 오늘 아침에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기억나는가? 만일 기억해낸다면 당신은 상위 2% 이내의 천재이거나 자폐증이 있는것이다.

물론...친구만나서 식당갔다거나 뭐 그런 경우는 기억이 나겠지만 그냥 삼시세끼 집에서 밥해먹을 경우를 말한다. 의외로 한 반나절 지나면 자기가 무엇을 먹었는지 잘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병에서 회복하기 위해서 매일 매일 내가 먹은 음식들을 모두 체크하고 기록했다. 무엇을 먹었을 때에 병이 도지는지 무엇을 먹었을때 병이 호전되는지를 일일이 체크했던 것이다.

6개월 후에 병에서 치유되었다. 모든 병의 원인은 그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원인이 되며 입으로 들어가는것을 조절함으로서 치유될수 있다. 나는 중혁에게 먹지 말아야 할 음식 하나를 알려주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그리고 보름이 지나도..그리고 한달이 되어가도록 그의 병은 재발하지 않았다. 뭐든지 팍팍 익혀먹는 중국인의 습관이 몸에 밴 탓에 혹시나 덜 익기라도 한 고기가 원인인줄 알았던지 거의 쪼그라들때까지 고기를 굽던 지랄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봐라 내말이 맞지? 나았잖아."

"그것땜에 난게 아니야."

"아니긴 뭘 맞구만..내가 옛날에 벼라별 공부를 다 한사람이야."

중혁은 곧 과거의 질병에 대해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새 일자리를 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물론 없었다.

 병은 사라졌는데 카르마는 어디로 간것일까?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병이 사라졌다면 카르마가 먼저 사라졌어야 한다. 그러나 카르마가 결코 그냥 사라지는 법은 없다.

"아니 그래 어떤 년이 화분에 심어놓은 상추를 싹 뜯어갔어! "

처음에 조그맣게 둥지를 틀던 조선족식당들이 순식간에 점점 확산되며 동네는 조선족거리로 탈바꿈하고 있었고 그와함께 조선족들이 몰려와 조선족 마을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세집 건너 한집은 조선족이었다. 화분에 심어놓은 고추니 상추니 자꾸 없어져 주민들은 화분텃밭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야채는 물론이고 널부러진 바가지 하나라도 방심하는 찰라 싸그리 없어져 군포시 산본동 주택가 마을사람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점점 심해지는 쓰레기 무단 투기도 그중의 하나이다. 문밖에는 바로 전봇대가 있었고 그 전봇대에는 쓰레기무단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최첨단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며 마이크로 지적질까지 흘러나온다.

"그거 거기 버리시면 안되요. 도로 가져가세요."

 중혁은 10개짜리 라면 한묵음을 들고 가게문을 열더니 흘끔 카메라를 살피며 문을 닫았다.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을 며칠전 썬팅으로 막아버린게 화근이었다. 계획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그의 작고 매서운 눈에는 살기가 흘렀다.

"야이 씨발놈아 !"

 그 씨발놈이 나였다.

"너 이새끼 혼자 고기처먹고 나는 뻑다구나 먹으라고? 칼로 팍 쑤셔 죽여버린다.! "

어제 지나가다 중혁을 만났는데 마침 시장에 다녀오던 참이었다. 고기라면 귀신같이 알아보는 그는 내가 들고 있는 오리고기에 시선이 꽃혔다.

"이거 오리 뼈다군데 너 가져다가 먹을래? "

분명 오리고기를 봤는데 오리는 안내밀고 뼈다귀를 먹으라고 했으니 화가 나셨다. 맨날 베짱이처럼 팽팽 놀면서 고깃집만 다니다가 돈떨어져 배를 곯고 있는 모양인데 뼈다구를 먹으라니 민감한데를 건드렸던 모양이다.

노가다는 취업준비중 일때에만 하며 중혁의 본업은 따로 있다. 뭐 타이어 공장이라던가....중국인이나 조선족들 많이 데려다 쓰는 공장들이 있다. 그것도 열심히 하면 꽤 짭잘한 모양이다. 숙식제공하고 한 이백벌이는 되니 환율을 계산하면 중국인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번듯한 직장인셈이다.

오래일하면 삼백은 가져간다는데 대부분은 한달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한달 벌은 월급으로 한달 놀고..그리고 또 한달 일하고를 반복하던 중..그만 먹을 것이 떨어져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 내가 뼈다구나 먹을 사람으로 보여 시발새끼야 죽어볼래! "

"그래.. 내가 잘못했다. 가봐라. "

탁자를 걷어차고 지랄을 떨길래 그냥 일어나서 밖으로 피신했다. 15살이나 어린놈한테 쌍욕들어보긴 또 처음이다.

카르마가 어디로 갔겠는가 ! 중혁의 받아야할 벌을 제거해버렸으니 카르마는 죄인 은닉죄를 물어 나를 대신 찾아온 것이다. 폭행대신 피부병을 앓고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고쳐주었으니 결국 내가 폭행을 당하는 일만 남았으리라.

다행히 폭행은 면했고 그는 더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중혁의 병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병은 나았으나 다른 병으로..병이 아니라면 끔찍한 사고로..아마 지금 쯤 그는 유명을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도운 것이 무슨 소용일까? 사람들은 누군가를 도우면 복을 받는다 배웠으며 그렇게 믿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가려가면서 하라. 남의 빚 보증을 서주면 반드시 자신도 빚쟁이가 된다. 그것이 카르마의 법칙이다.

그에게 돌아갈 벌은 절대로 그대로 사라지지 않으며 갈곳을 잃어 헤메다가 결국 그를 도와준 사람에게 돌아간다. 나는 수억원대의 엄마빚을 야금야금 갚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일이 꼬여 아직까지 신불자로 살아간다. [2020년 해결] 빚쟁이를 도와주면 빚쟁이가 된다. 함부로 남을 도와서는 안되는 것은 돈으로도 마찬가지다.

남을 섯불리 도운 카르마는 돌고돌아 간접적으로 오는 수도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그를 통해 오는 것이다. 내가 살린 사람이 날 죽이려드는 것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이유가 그것이다.

이글을 쓰면서 혹자는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치유라니 뭔가 큰 비법을 공개하려나보다. 그럴 일은 없다. 한가지 덜 다치는 방법은 돈을 받고 도와주는 것이다. 돈을 지불하면 그는 그만큼의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므로 카르마가 해소된다. 마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는 죄수와 같다고 보면 된다.

 맨입으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많은 암환자들이 생명을 볼모로 하여 평생 일군 재산을 병원비로 탕진하다 죽어간다. 그냥 죽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모두 뺏기고 죽는다. 그는 죽었으나 그의 질병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산다.

의사와 수십명의 간호사와 병원직원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자식들 그리고 약을 만드는 회사의 직원들 병원의 기계와 장비를 판매하는 사람들 병원의 식당과 주변의 편의점까지..거대한 산업체가 암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움직인다.

임팔라 한마리가 개떼들에게 둘러싸여 산채로 뜯어먹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임팔라는 목숨을 잃었지만 12마리의 개떼들이 목숨을 보존했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억지로라도 도움으로서 죄의 댓가를 지불한것이다.

재산을 탕진하는 것 까지는 좋으나 주변사람의 도움을 얻어 이식수술까지는 하지 말라. 자기 하나 살겠다고 남에게 입힌 피해가 어디가겠는가. 그냥 죽었다면 죄의 댓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식수술을 받아 타인에게 해를 입히면 다시 산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느 관상쟁이가 관상을 봐주고 여기여기를 고치면 팔자가 좋아져 복이 들어온다며 성형외과를 소개시켜 준다. 성형비가 없다고 하자 대부업체까지 알선해주어 빛내서 성형을 시키며 소개비를 두탕으로 챙긴다.

사람의 생김새가 천명이듯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 또한 천명이다. 죽을병 걸렸으면 그냥 죽으면 된다. 억지로 살리는것이 반드시 의무는 아니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그냥 죽으면 돈이 안되므로 주변사람을 희생시켜 이식수술까지 시키니 대부업체 알선시키는 관상쟁이와 다를것이 무엇이랴.

안락사는 치명적인 수입감소를 불러올것이니 어떻게든 살리는 것이 의사의 거룩한 임무다. 제발 죽여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음에도 안락사는 결코 법으로 통과되지 않는다. 식물인간을 퇴원시키면 법으로 처벌 받는다. 더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누구만 좋겠는가. 병원의 재정만 불려줄 뿐이다

2017년 8월 15일과 다음날 16일은 갑술 을해일로 공치고 망한다는 공망일이다.

밤 10시에 119를 불러 30분이 지나 충주의 k대학병원에 도착했다. 119 신세를 진 것이 벌써 두번째다. 삼년 전에 한번 그리고 지금 두번째..

고기를 꿀꺽 삼켰는데 뼈다구가 붙어있었다. 목에 걸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다. 물을 먹어보았는데 간신히 넘어가기는 한다. 스카이 콩콩타듯 뛰어보았으나 소용이 없다. 숨이 쉬어지기는 하니 기도로 들어간 건 아닌 듯하다. 예능에서 떡먹기 게임하다 죽은 어느 방송인이 뇌리를 스친다. 떡을 먹고 죽을수도 있다는 게 갑자기 이해가 간다.

나비효과라고 할까 30년전 20살때 부터 현재 119 출동의 원인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살 때로 한번 돌아가본다. 이왕 돌아가는거..더 어릴때 부터 시작해보자.

12운성으로 보면 내 10년 대운은 병지로 시작한다.

병 사 묘 절 태 양 생 욕 대 록 왕 쇠

원래의 순서는 아래와 같다.

태 양 생 욕 대 록 왕 쇠 병 사 묘 절

12운성은 정자가 자궁속에 착상하여 잉태하고 태어나고 자라고 장성하고 늙고 병들고 죽고 땅에 묻혀 하늘나라로 가는 과정까지를 표시한 것인데 처음 들으면 무슨 소설 쓰는것 같지만 사주에서는 아주 널리 쓰이는 큰 기둥의 하나이며 의외로 딱딱 맞는다.

3살때부터 13살까지는 병지다. 병지니 잔병치레를 많이 했을것 같지만 심한 축농증외에 별다른건 없었다. 코를 한바가지씩 풀고 다녔다.

가난한 환경에 태어난것은 큰 축복이다. 만일 돈깨나 있는 집이었다면 부모는 나를 병원에 데려갔을 것이며 나는 그곳에서 환상속의 괴물을 만났을 것이며 입천장을 들어올려 절개한다는 수술을 감행받았으리라.

결국 축농증은 재발했을 것이며 재수술을 감행한 후 홍석천 처럼 냄새를 맡지 못하여 불이나도 집에 불이 난줄 모르고 같혀있다가 천만다행으로 옆동네 사는 친구가 먼저 냄새를 맡고 전화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황천길 갈 수도 있는 문제였으리라.

"형 뭐해 ! 형네집 불났어 !"

심한 축농증은 서서히 자연치유되었는데 중학교 1학년때이니 그때는 정확히 내가 병지를 탈출했을때의 일이다.

"나 킁 어제 킁 학교갔는데 킁 "

이러고 살았는데

"나 어제 학교가서 공부열심히 했어 킁 ."

 이 정도로 회복되었다.

충녹증 있으면 군대 안간다는데 신검 받으러갔더니 의사가 콧구멍 속에 플래시를 이리저리 비추어 본다.

"뭐 이정도면..괜찮겠어. 군대가도 되겠다. "

이왕 걸릴거 요맘때 걸렸으면 좀좋아. 그거하나 딱딱 못마추나..

전생에 허준이었던 탓인지 건강에 관한 지대한 관심은 일종의 유전이었던것 같다. 뭐 어렸을 때야..주는 밥 세끼 먹는게 다였고 특별히 건강을 챙겼던것은 물론 아니었다.

아버지의 건강관리법은 유독 유별났는데 특별히 건강식을 챙긴건 아니었으나 짜고 매운것을 먹지 않았고 절대로 과식하지 않으며 절대로 골라먹거나 가려먹질 못하게 했다.

 초등학교 때 우유가 급식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배지밀과 우유중 하나를 선택할수 있었다. 아버지는 우유처럼 좋은 것은 없다며 우유를 먹으라 했고 나 하나만을 제외하고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모두 배지밀을 선택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유도 배지밀도 모두 몸에 해롭다. 배지밀은 첨가물이 너무 많아 좋지 않다는 것.

건강에 관한 관심병은 내가 고등학교에 들아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유전되기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때에는 키 커보겠다고 누가 사다주지도 않는데 매일 우유를 혼자 사다먹었다. 만성설사와 치질의 원인이 되었다.

그때는 키크는 것이 그렇게 다급할 수가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하고 농구에 매진했던 것도 뭐 재밌어서라기 보다 그 이유 하나였다. 농구하면 키 큰다길래..

뭐 키가 딱히 작았다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괜한 걱정을 미리했다 생각된다. 혹시나 안크면 어떡하지 하는...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어 별로 가난하지도 않은데 쌀 떨어질까봐 조바심내며 부지런히 돈버는 것과 마찬가지의 심리이리라.

사실 우유를 즐겨 먹었던 것이 키가 큰 원인 중의 하나이기는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후회되는 면도 없지 않다. 우유때문에 한 삼센티 더큰 것 같기는 한데 막상 크고보니 삼센티 더 큰 것이 영 버겁게 느껴진다.

멸치꽁댕이 같은게 별로 균형도 안맞고 175만 되면 딱 좋았을 것을.. 이렇게 억지로 커서 평균보다 큰 신체는 각종 질병에 시달릴 뿐아니라 오래가지 못해서 급 노화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서구인들이 빨리늙는 이유가 그것이다. 시력저하와 축농증 치질 남들보다 빠른 흰머리 등등이 모두 그때 우유를 즐겨먹었던것이 원인이 되었다고도 보여진다.

실제로 근시는 안구가 너무 빠른 성장을 감당하지 못하여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수가라사대 내일 걱정은 내일로 맡기라 했건만 괜한 걱정을 미리해서 일을 그르쳤다싶다. 160 미리였던가 180미리였던가로 제한되었던 서울우유는 점점 크기가 커져 현재는 250 미리로 시작해 500미리는 물론 1리터짜리 우유가 판을 치고 있으나 처음에 우유가 제한되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많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키므로 국민건강을 생각해 적게 나왔던 것이었는데 점점 국민건강보다는 산업장려에 초점을 맞추어 용량 제한을 풀어버리게 되었다고 본다.

미래지향적인 나와는 달리 현실 쾌락주의자인 동생은 단순히 쥐포가 맛있다는 이유로 돈만 생기면 쥐포를 사먹어 쥐포대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조미료는 좀 발랐을 터이나 불포화 지방산과 단백질이 풍부한 천연해삼물인 쥐포가 월등히 옳은 선택이었다본다. 키크는데는 성공했으나 부실해 보이는 나와 달리 동생은 키는 좀 작으나 (173) 탄탄한 몸매를 만들며 폭풍 성장했다.

옛말에 몸걱정하는 사람치고 건강 좋은사람 없다는 말이 그말일것이며 돈을 따르면 돈이 안들어온다는 말이 그말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