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일기

첫번째 해외여행을 푸켓에서 보내고 온 후 두번째 여행은 보라카이가 되었다. 톰이 장폐쇅에 걸려 119에 실려가게 되고 한달 정도 후에 퇴원했는데 휴양차 보라카이에 갔다 오자했고 그렇게 다시 두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

보라카이는 필리핀에 있는 작은 섬이다. 사실 보라카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세상에 섬이 한두군데가 아닐텐데 왜 그 코딱지 만한 섬이 세계 삼대 휴양지가 되어야 되는지는 잘 이해할수 없다.

얼마나 작냐면 한 울릉도 두 세배정도나 될까?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책 하려고 동네 한바퀴 도는데 이십분이 채 안되는듯 했다. 사실 크기는 그닥 중요한것이 아니다. 그 안에 얼마나 잡다한것이 모여 있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나는 수안보의 막 뛰어다녀도 되는 오십평 태권도장에 마사지실을 열었다가 점촌의 방세게 짜리 삼십평 상가주택으로 이사했고 거기서 한평짜리 서울 원룸으로 이사왔지만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았고 오히려 점촌이나 수안보의 넓디 넓은 마사지실보다 더 풍족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보라카이는 작지만 없는것 빼놓고 다있는 그런곳이다. 식당 까페는 물론이고 옷가게 다양한 상점들 뭐.. 쉽게 말해 인사동 하나를 옮겨다 놓았다 보면 된다.

보라카이를 가려면 우선 마닐라에 내려 일박을 한뒤 비행기를 다시 탄후 보트를 타고 어디선가 내려 오토바이인지 자가용인지 구분이 모호한 이상한 오픈카를 하나 타고 다시 한참을 달린뒤 정글 탐험을 하듯 가이드를 따라 험준한 산을 뒤집고 나서야 도착을 할수 있다.

마닐라에 내렸는데 헐. . . 정말 그 찜통 더위는 말로 설명을 할수가 없었다. 이런곳에 어떻게 사람이 살지?

물론 푸켓도 적도이니 찜통이었지만 그곳은 저녁에 도착한데다가 바로 바닷가였던 지라 살다보면 더위가 잊혀지는 정도인데 마닐라는 도심이다.

가뜩이나 더운데 옷까지 끼어입고 넥타이까지 맨 직원들을 보니 와.... 한마디로..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는것도 뜨거운데 거기를 옷입고 들어가는 기분.. 뭐 그런것이 느껴진다.

워낙 더운걸 잘 못참는 체질인데 정말 마닐라는 대단했다. 이런 곳에서는 정말 백만금을 준다해도 며칠도 못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로 황제 이민 오시는 분도 참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얼마나 더운지 원래 물을 많이 마시면 소화가 잘 안되는 체질이라 평소에 물을 잘 안마시는 편인데 푸켓에서도 많이 먹었지만 여기서 먹어치운 수박통만한 코코넛 주스가 하루 네 다섯 통이었고 그렇게 먹고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 땀으로 다 빠져 나가는것 같았다.

그때가 이십년 전인데 지구 온도가 점점 더 상승하고 있다니 어떻게들 사시는지 걱정이 앞선다.

 

 

뭐 어쨌든 호텔에 에어콘이 없는것은 아니니 호텔에서는 걱정할일이 아니지만 문 여는 즉시 바로 건식 사우나였다.

그렇게 마닐라 호텔 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점심도 먹고 하루를 보낸후 땅콩만한 작은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딱 마을 버스만했고 좌석도 두줄 밖에 없었다. 이거 가다가 휙 뒤집히는거 아닌가 걱정되었는데 비행기는 크거나 작거나 버스처럼 출렁이지 않는것이 신기한 일이다. 하늘에 떠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땅바닥 같을수가 있는지..

나는 그 복잡한 여행경로를 그냥 톰이 가는대로 따라 다녔으니 편하게 갔다온셈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거기가는지 의아하다. 여행사라고 할지라도 오지탐험 전문이 아닌이상 쉽지 않다 본다.

땅콩 비행기에 내려 어떤 곳에 도착했는데 한눈에 필리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헐.. 걸리버 여행기에 온줄 알았다.

시장처럼 웅성 웅성 모여있는 사람들이 대개 남성들이었는데 키가 왠만큼 한국인 작다 싶은 사람이 큰 편인 정도라 느껴질 정도니.. 한 초등학교 6학년생 정도가 평균신장으로 보인다.

한 150? 남자들의 키가 그러니 여자들은 더 작다. 키가 작으니 얼굴은 더 주먹만해서 진찌 주먹으로 가려질 정도고 정말 원숭이를 보는 듯 한 느낌도 들었다.

공포감마저 들었다. 저들이 갑자기 밧줄을 들고 달려들어 힘을 합쳐 거인 한두명 작살내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거기서 무슨 이동장치를 탔는데 오토바이와 트럭을 결합시킨 듯해 보였고 그것도 그들의 평균신장을 고려해 만들었는지 자리는 두갠데 두명 들어가면 엉덩이 한쪽이 밖으로 빠져나올 듯해서 안 떨어질려고 꼭 붙들고 가야만 하는 그런 것이였다.

그렇게 그 이동장치를 타고 산만한 거리를 붕붕 달리다가 어느 항구에 도착한 뒤 나룻배를 타고 다시 한참을 간후 어딘가에 내려 숲속으로 들어섰는데 그 숲을 한참 헤저으며 걷다보니 드디어 목적지란 곳에 도착했는데 그 목적지는 오스트리치 하우스[타조의 집] 라는 펜션이었다.

 

 

"너무 많잖아. 하나만 시켜 !"

펜션에 도착하니 바로 어두컴컴해졌고 저녁 식사를 하러 톰과 나는 식당을 향했다. 브라질 출신이라는 식당 주인은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는데 잠시 톰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주문한 요리를 구릿빛 팔뚝에 담아 내려놓았다.

그 구릿빛 팔뚝 보다 더 큰 바닷가재 한마리가 통째로 구워져 있고 거기에 몇가지 푸짐한 요리들이 이어져 나왔는데 워낙 값이 싼지라 욕심을 부린 탓에 반도 먹지 못하고 다 남기고 말았다.

타조펜션은 모두 대나무를 엮어서 지어졌고 근사했다. 집을 대나무로 지을수 있다니 . . . 그나라니까 가능한 일이다. 한국이라면 겨울에 얼어죽을 일 있지 않으면 그렇게 지을수 없을 것이다. 벽이 모두 대나무여서 누르면 흔들거리기 까지 한다. 어쨌든 색다르고 멋있었다.

그닥 놀랄것도 없이 주인은 필리핀사람이 아닌 90살은 되어보이고 찹살떡 처럼 말랑말랑한 미국인이었는데 젊은 남자 직원이 한명 상주하고 있었고 그 총각은 어찌나 허우대가 좋고 잘생겼는지 웬만한 한국인이나 미국인 청년보다 훨 나아보였다.

한 180가까이 되는 키에 군살없이 90키로 정도 되어보이고 필리핀 남성 평균신장을 훨 초과하는걸 보면 필리핀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싶기도 했는데 필리핀 사람이 아닌 사람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으니 퍼즐이 잘 맞춰지지 않았지만 뭔가 두사람간의 모종의 관계에 신경이 쓰인다.

마치 우물가에서 빨래하면서 수다떠는 아낙네 처럼 입방정을 떨어본다면 늙은 백인 남자는 게이고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잘생긴 청년하나 고용했는데 청년은 은근히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쉽게 말하면 슈가 대디라는 말이다. 사실 얼핏 외관상으로 톰과 나와의 관계를 섯불리 그렇게 보기 쉽다는 것은 예상 밖의 복병이었다.

 

 

 


톰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손가락에 반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목걸이에 귀거리에 옷은 전용 의상 디자이너에게 직접 맞춤 제작을 했는데 그 전용 디자이너란 저기 후미진 뒷골목 찌그러진 판자집에서 수선집 아줌마를 구워삶아 제작해온것들이며

천은 동대문에서 끊어오기도 하고 길거리 현수막을 주워 오질 않나 심지어 우리집 커텐을 허락도 없이 잘라가서 옷을 만들어오기도 하였다. 어느날 갑자기 커텐이 홀쭉해져서 톰의 옷장을 뒤져보니.. 아오 쉽새끼..

왕년에 어디 엑스트라 잠깐 한것 가지고 이력서는 줄줄 써놓고 영화배우니 어쩌니 하면서 겉멋만 잔뜩 들었는데 서프라이즈에 한번 출연한 적이 있기는 했다. 열연은 했으나 거기서도 뭔 진상 짓을 했는지 그 이후 연락이 없었다.

어쨌든 겉만 보면 좀 있어뵈니 딱 그가 슈가 대디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나한테 빌붙어서 꿀 빨고 있는 기생충이었고 내가 슈가 대디라면 슈가대디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였다.

하여튼 나는 그 오스트리치 펜션이 맘에 딱 들었고 아침에 역시 대나무로 만든 복도 까페에 앉아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먹으면서 앞마당을 바라보면 그런 장관이 없었고 천국이 아닌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어렸을때 시골가면 나무들이 우거져 즐거움을 느꼈던 그런 수준을 훨 넘어 마치 밀림의 왕 타잔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듯 앞마당에 펼쳐진 나무들의 위용은 정말 사진으로도 담기가 부족했다.

마치 재크와 콩나무 동화속의 콩나무가 하늘을 향해 끝없이 뻗어나가듯 그렇게 높이 솟은 나무에 줄줄이 감겨있는 덩굴 나무들과 그 잎파리들은 보는 것 만으로도 장관이었다.

한국에도 키큰 나무가 없는것이 아니지만 한국의 나무와 열대의 나무는 정말 쨉이 안된다. 한국인 자지와 흑인 자지가 쨉이 안되는 것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

 

 

 

앞마당을 쓸던 한 총각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섭을 치켜 올린다. 필리핀식 인사법이다. 참 편리한 인사법이 아닌가 싶다. 한국처럼 고개숙이는 인사법은 정말 답이 없다 싶다. 그렇다고 미국인처럼 안면까는 방식도 그닥 좋아 보이지는 않고.. 눈 마주치면 바로 눈섭 치켜 올리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정겹기도 하고...

오스트리치 하우스에서 샤워를 하려고 물을 트니 더운 물이 나온다. 이동네는 워낙 더워 냉수가 나오지 않는다. 여름에도 더운물 샤워해야 된다. 푸켓에서도 그랬던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난다. 아마 그랬겠지..

문제는 화장실 변기가 덜그덕 거리면서 물을 내리면 내려가지가 않거나 뭐 하튼 불량이었다. 그냥.. 대충 쓸 만 한것 같았는데 톰은 좀 못마땅 했는지 근처에 다른 펜션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거기는 워낙 좁으니 뭐 어디든 근처가 아닐수 없고 몇발자국 떨어진 곳이었는데 대나무의 정취는 더 이상 즐길 수 없었고 하얀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나름 운치있고 괜찮았다.

한국의 바다는 한여름에도 차가워서 들어가기 어렵지만 푸켓과 보라카이의 바다는 마치 오줌싼 풀장에 들어가 있는 것 처럼 뜨드 미지근 하다. 물은 녹조낀 낙동강처럼 뿌옇고 탁해서 영 기분이 찜찜하다.

 

 

 


어느 섬에 간다길래 톰하고 나 그리고 펜션에서 만난 친구 마이클 부부는 요트에 올랐다. 삘래판 같은 복부에 새카많게 그을린 필리핀 청년이 두명 요트를 잡고 마이클 부부와 우리는 나란히 요트위에 누웠는데 영 자리가 불편했다. 앉아서 가는것도 아니고 누워서 요트에 밧줄로 몸을 감고 가는데 어디 팔려가는것 같았다.

거기다가 파도가 심해서 철석 철썩 몸을 때리고 있었는데 이거 아무리 밧줄을 부여잡고 있어도 떨어질 것만 같다 게다가 네명중 나만 제일 대충 묶었다. 아니나 다를까 센 파도 한방에 나는 공중으로 붕 떴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바다 한가운데 있고 요트는 이미 백미터나 멀어져 버려 있었다.

불에 타 죽는거하고 물에 빠져 죽는거 하고 어느것이 더 고통스러울까 궁굼했었는데 내가 물에 빠져 죽을줄이야. . .

멀리 점 하나밖에 안보이던 요트는 방향을 바꾸더니 신기하게 나를 향해 다시 돌진해왔다. 모터도 없는 요터가 돗하나로 방향을 잡을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다시 나는 요트에 기어올라 목숨을 부지했다. 그 뒤로 엔간해서 물가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편이고 바나나보트도 모두 취소했다.

패러글라이딩은 했지만 추락하지는 않았고 추락해도 수영해서 기어나올만한 거리니 상관없다.

도착한 곳은 뭐 왜 데려갔는지 모르겠는 황량한 황무지였고 거기서 복숭하 하나 먹고 다시 밧줄에 묶여 요트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보라카이가면 절대로 요트 여행은 하지 말라.

 

 


저녁에는 먹어도 먹어도 안없어지는 돼지 통구이 같은거 먹으면서 키타치고 노래부르고 그러고 지냈는데 그러다보면 주변에서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중에는 중국인도 있고 미국인도 있고 국적을 알수 없는 여러나라의 관광객들이 오는데
한가지 특이한점은 여기 오는 관광객들은 이상하게 시리 앙상한 수수깡같은 몸매에 키가 2미터에 육박하는 장신들인 경우가 많다. 차라리 작은게 낫지 그렇게 큰 것도 별로다.

관광객들 수준으로 보면 푸켓이 훨 나아보였는데 푸켓은 그냥 팜나무 가로수가 몇개 있는것 외에 바다가 전부였고 자연경관으로 보면 보라카이가 엄청났던것 같다.

음식은 식당에서 사먹거나 호텔에서 주기도 했는데 맛은 푸켓에서 먹는 것하고 비슷했다. 어디가나 다 맛은 비슷한것 같다 짭조롬한게 MSG 들어간 맛.

호텔에서 만난 마이클 부부는 미국인이었는데 부부가 아니라 둘은 그냥 여행하다 눈 맞아서 같은 방 쓰는 사이시란다.

그녀는 한때 마약의 늪에도 빠져보았고 자살 시도도 했으며 그러다 인도여행을 떠났고 영적인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Belive your own god' 너 스스로의 신을 믿으라' 그것이 그녀가 인도에서 얻은 가르침이었고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며 인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한다.

그렇게 인도를 거쳐 여행을 계속 하다 보라카이에까지 오게 되었고 마이클을 만났던 것이다.

 

마이클은 내 나이보다는 좀 들어보이고 톰보다는 좀 어려보이는 중간 정도 되었던 것 같았는데 쫌 재수가 없었다.

그는 톰에게 급 관심을 보이며 친한척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에게는 주렁주렁 금가락지에 한껏 갖춰입은 톰이 슈가 대디로 보였을테니 나는 하찮았던것이 분명했다. 박진영이 하는 말이 미국은 다민족 국가라 누가 잘 나가는지 도통 알수가 없어서 있는 척해야 대우해준다더니 딱 그의 경우에 해당했다.

나는 손가락에 뭔가 끼면 답답해서 반나절을 못넘기고 빼버리는데다가 금방 잃어버리는 통에 반지며 귀거리며 해본적이 없고 미니멀 리스트라 옷은 최대한 간소하게 입고 다니지만 맥시멀리스트인 톰은 떴다하면 낑낑 거리면서 옷 수십벌을 싸가지고 다니는 통에 무슨 이삿짐 나르는거 아닌가 싶어보이는 정도다.

나도 마이클에게는 별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관심없어도 예의가 있지 아예 눈도 안마주치고 말도 안석는거 보면 영 싸가지가 없어보이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면모를 보는듯 해서 기분이 별로였다. Sucks !

인종차별도 저런식으로 했겠지 뭐.

 

 


하루는 오해는 풀어야 되겠길래 적당한 기회에 해명을 해보았다. 그날 마이클의 애인 제이미가 왠일인지 혼자서 바닷가에 나왔고 나는 그녀를 따라 같이 오줌싼 듯 뜨뜻한 바닷가로 들어섰는데 물이 깊어질즘 톰의 실체를 까발렸다.

걔 우리집에 빌붙어 사는 애야. 나하고 성격이 안맞아서 쫒아낼려고 기를 썼는데 갑자기 아파가지고 병원실려가고 병원비만 엄청 깨졌지... 아픈 애한테 화도 못내고 어쩌겠어. 오냐오냐 해주야지 뭐.

뭐 이렇게 심하게는 말 안했지만 알아듣게 설명은 해 주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제이미도 그렇고 마이클도 그렇고 나에 대한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다.

다음날 우리 넷은 저녁을 먹으러 인도요리 식당을 찾았다. 한국인들 처럼 앉아서 먹는 곳은 인도식당이 유일하다. 첫날 욕심 부리다가 바닷가재 요리 시켜놓고 절반도 못먹었던것 처럼 이번에는 채식주의자인 제이미가 줄줄이 음식 시켰다가 다 남기고 말았다.

나도 한때 채식해 봐서 아는데 채식하다보면 탄수화물 중독에 빠지고 점점 많이 먹게 된다. 그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이 시킨다 싶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제이미는 옆에 마이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옆에 찰싹 달라 붙어있었고 마이클은 톰의 말은 건성으로 듣고 내말에는 꼬박꼬박 성실한 답변을 해주었다. 참 간사한 사람들 많이 보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 다를 것은 없는 것 같다.

 

 

 

보라카이에도 물론 마사지는 있고 여러번 말한바 있지만 해변에서 받은 마사지가 샵에서 받는 마사지보다 월등히 좋았다.

해변에서 받은 마사지는 말하자면 일인샵이다. 내가 운영하는 방식인 셈이다. 그러니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한다. 그렇지만 샵에서는 사람들을 고용한다. 주인 눈치보지 열심히 안한다. 열심히 해봐야 내가 다먹는거 아니니 난 월급 받으면 그만이다.

며칠후 보라카이에서 꽤 성공한 하신 듯한 여성분이 이사를 가셨는데 집들이 하신다며 사람들을 초청했고 톰과 나는 초대받은 곳을 향했다.

푸켓 쯔나미 이후 얼마 되지 않던 때라 그녀는 해일이 무서웠는지 돈좀 있으신 분이 틀림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네에서 제일 높다는 곳인 달동네로 이사를 가셨다.

그곳에서 가끔 얼굴보던 영국인 청년 한명을 다시 만났는데 말끝마다 Sir 라고 하니..와.. 한국말은 졸라 불편하고 영어는 졸라 편한 말인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것 같다.

그 청년 이모인지 하는 어떤 금발머리 아줌씨가 한명 있는데 어찌나 arrogant한지 재수가 없었다. 첨엔 좀 상냥하더니만 갑자기 태도가 싹 바뀌는데 살기가 흘러 나는 자리를 옮겼다. 내가 그녀의 3살짜리 애기를 울렸던 것이다. 내가 울리고 싶어 울린게 아니고 애들이 좀 울었다 웃었다 하니 그럴수도 있는건데 열받으셨나 보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영화가 괜히 나온게 아닐것이라 본다. 잘난척 콧대높은 백인들... 그중에서도 최고봉 영국..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짐작이간다. 아오.. 그러니 쓸데없이 왕이나 모시고 살지..평생 그러고 사셔라 인간들아.

 

 

오만한 이모님을 뒤로하고 자리을 옮겨 죄지은 듯 구석에서 밥먹고 있는 어떤 필리핀 청년 두명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봐도 좀 arrogant 한 말이 아닐까 싶어 조마조마 했지만 결국 입방정을 떨었다.

"I was so surprised when I arrived here. Peple are too short? why? I don't understand. but you guys are not? How come?"

여기 와보고 깜짝 놀랐어 사람들이 너무 작더라고. 왜 그런거야? 근데 너희들은 크네. 왜?

두 청년은 타조펜션의 그 남자 직원처럼 헌칠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I don't know. We are gifted Phillipinos"

"모르겠어. 우리는 축복받은 케이스지 " 처음엔 당황한듯 노려보더니 칭찬이라 판단했는지 조용히 답변을 해주었다.

국내도 그렇지만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참 멋진 청년들이 놀고 있는것을 많이 보게 된다. 한국에 데려와 마사지를 시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그 정도 형편이 안되니 입맛만 다시다가 오게 되었다. 쩝 ~

파리에 갔을때도 그런 청년들이 거리에서 동전이나 받고 기타나 치고 심지어 구걸하고 있는 것도 많이 보았다. 히피라고 한다.

필리핀 평균신장을 검색해보면 남성이 165로 나와 있는데 그 정도면 내가 말을 안하지. 키 큰 사람들이 평균신장을 맞춰주고 있어서 그렇고 보통 160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 듯 했다.

원인은 아무래도 대개 남방계쪽이 키가 작다는데 그럴수도 있고 그렇게 따지면 아프리카인들이 키가 큰 건 또 말이 안되니 정확한 이유는 알수가 없다본다.

 

 


보라카이는 일주일이나 있었는데 너무 긴 시간이었고 지루했다. 여행은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다. 밥한끼 먹고 마사지 한번 받고 쇼핑 한번 하면 할일 다한 것이다.

푸켓처럼 2박3일이 딱 맞다. 그때 영상촬영이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지금같이 영상 올리는 플랫폼이 있지도 않았을 때였다. 사진이나 찍고 홈페이지나 만들면 끝이었다.

서울에 돌아오고나서도 톰은 보라카이에서 만난 호텔 직원이나 현지 친구들과 메일을 좀 주고 받았던 모양인데 보라카이 여행을 담은 내 홈페이지가 그곳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다 했다. 워낙 땅콩만한 곳이니 보라카이가 국가라면 국민적 인기 가능하다 본다.

다음 여행은 괌이 었고 다행히 3박 4일이었다. 이후 나는 혼자서 파리와 뉴욕 여행을 장장 삼개월씩이나 하고 돌아오게 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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